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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오륙도 칼럼)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오륙도 칼럼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04/05/ 조   회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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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영
아름다운 남구 지속발전위 부회장

 평생 교직의 수레바퀴 일상 속에서 우연히 시작 된 일이었다. 용호동 봉오리산 기슭에 새로 터 잡은 예문여고에서였다. 동료교사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농촌체험학습장' 운영이었다.
 사실 지명(知命)이 되도록 텃밭이나 농사일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직장에 매진하는 것이 본분이고 인생의 전부여서 곁눈질할 새가 없었다. 농사가 싫었고 땡볕에 노역과 벌레가 더욱 싫었다. 그것이 예문여고 부임 후 주변의 환경과 동네 어른들의 인근 텃밭 경작에 이상스레 관심이 바뀌기 시작했다. 학교 울타리 밖 작은 유휴지에 몇 평을 마련했다. 가장 쉽다는 첫 열무씨를 뿌려본 것이다. 뿌린 대로 푸른 새싹이 돋아 올랐다. 이 때부터 모르던 땅속의 벌레들을 만났다. 나비와 많은 곤충들을 보았다. 햇빛의 고귀함, 물과 비의 소중함, 공기의 청정함, 잡초의 끈질김, 땀과 바람의 달콤함도 맛보게 되었다. 바로 오십 평생에 자연의 맛을 처음 맛본 셈이었다. 그간 대수롭지 않던 내 주변의 생명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신비한 아름다움들이 내 몸속으로 성큼 들어온 놀라운 계기였다.
 텃밭 사랑을 시작하며 가장 큰 발견은 벌레들과의 친화였다. 그간 무관심했던 곤충과 자연의 생명체들과 공생공존이 바로 나의 행복한 삶이었다. 그들이 살아있는 보금자리야 말로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적합하고 안전한 곳이었다. 그래서 보호, 보전해야 되는 소중한 귀금속들이 자연 속의 벌레와 곤충들인 것이다.
 텃밭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자연의 최소 단위 면적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여유가 생길수록 텃밭 갖기를 원하고 동경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나 주택의 뜨락이나, 집안의 한켠에 손바닥만한 공간 배치나 화분 이용 등을 생각해 볼 것이다. 작은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살아있는 싱싱한 먹거리를 직접 얻을 수도 있다. 더구나 주말 농장이나 인근에 작은 텃밭이 있다면 건강한 행복의 보금자리를 이미 가진 것이리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텃밭의 명당이다.
 많은 시청자들의 로망(?) 같은 자연인의 TV프로그램은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연출의 성공이다. 특별한 완전 자연인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슴 속에 심어놓은 원시의 이상이다. 영상의 함정이다. 보통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은 `반(半)자연인'이 되는 것이다.
 일상적인 도시 생활 속에서 문화와 의료 등의 혜택이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주말이나 시간 여유 때는 텃밭 생활에 동화되는 것이다. 도시와 전원을 오가며 누리는 지혜가 진정한 도시 자연인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신선이 되는 것이다. 온가족이 모두 행복과 건강을 누릴 수 있는 흙사랑의 모델이다. 두서너평이면 어떻고 다랭이 비탈밭이면 또 어떠랴. 내 땅이 아니라도 잠시 임대나 지인의 선처, 권유면 더욱 좋은 것이리라.
 퇴임 후 8년차, 제2인생을 마음껏 누리는 곳은 운 좋게 신선대 계곡이다. 칠순을 훌떡 넘기고 200여 평 공동 텃밭에 꿀과 젖이 흐른다. 주변 지인들의 귀한 인연과 배려로 작은 농막 겸 화실, 서재까지 준비되어 흐뭇함뿐이다. 특히 신선이 놀다갔다는 계곡의 품에 눈앞의 그림 같은 오륙도, 동해바다의 눈부신 아름다움이 장관이다. 하루의 모습이 늘 변화무쌍하다. 새소리와 숲 바람소리, 물소리 그리고 하늘과 바다 뿐이다. 여름밤이면 여기도 이기대처럼 반딧불이가 가득 서식하고 있다. 요즘은 매화에 이어 진달래, 산벚꽃이 펑펑 터진다.
 가장 기본 농사가 되는 씨앗 이용의 엽채소류(열무, 상추, 쑥갓, 깻잎 등)를 시작으로 모종을 이용하는 열매채소류(오이, 토마토, 가지, 애호박 등)를 심어보고 끝단계인 뿌리채소류(감자, 고구마, 도라지, 더덕 등)를 경작하면 김장용 배추와 무는 쉽게 해결 될 것이다. 내 땅이라면 귀한 약초나 유실수가 건강과 달콤한 과일까지 선물해 준다.
 오늘도 이른 아침 출근하듯 인근 텃밭에 도착하여 들냥이들의 밥을 챙긴다. 전체 밭을 돌아보며 밤새 인사를 나누고 채소들과 대화를 가져본다. 노역할 한나절 계획을 점검하는 행복의 시간이다. 창문안의 오륙도가 평화와 안정의 커피잔을 들고 들어선다. 20여가지 채소가 텃밭의 찬가를 부르는 소리가 파도소리 따라 들리는 듯하다.
 한평의 텃밭에서 100평의 행복을 심고 가꾸다보면 지금 져도 꽃길 인생인 것을. 내가 신선으로 살다가는 것이다. 텃밭 만세, 신선대·오륙도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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