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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곽태욱의 바람고개 이야기Ⅱ)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곽태욱의 바람고개 이야기Ⅱ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03/02/ 조   회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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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과 대보름 사이에는 놀이문화가 다양했다.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윗마을 아랫마을 친선 도모의 대동놀이 성격을 지닌 윷놀이에서부터 연날리기, 널뛰기, 자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나무 스케이트 지치기, 쥐불놀이 등이 그것이었다. 이 놀이 도구들은 초등학교 3, 4학년 나이 또래면 어른이 만든 모양새만큼 깔끔하진 않아도 나름대로 끙끙대며 만들 수 있었다.
 이 중 연날리기는 코흘리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주로 남자들의 흥미를 끄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얼레를 비롯하여 갖춰야 할 것들이 많았다. 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호지와 두 뼘 정도 되는 가늘고 잘게 쪼갠 대나무가 필요했고, 연실을 구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용돈 투입도 불가피했다.
 연날리기에 알맞은 장소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산등성이나 혹은 논두렁, 밭떼기, 모래사장, 철로변, 해안가 등 가급적 장애물이 없는 널찍한 장소를 택했다. 연을 하늘 높이 날려서 저마다 새해 소망을 빌기도 했고, 나쁜 기운을 연과 함께 멀리 날려 보내려고 일부러 연줄을 끊기도 했다.
 그런 의미를 모르는 아이들은 연줄 끊기 싸움을 걸어서 이기면 우쭐대기도 했다. 연줄 끊기 싸움에는 가오리연보다 상하좌우 조종이 쉬운 방패연이 많이 선호되었다, 얼레 실을 얼마나 빨리 감고 푸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었기 때문에 옆에서 핏대를 세우며 훈수하거나 응원하는 구경꾼도 있었다.
 하늘 높이 오른 연이 연줄이 끊기면 멀리 날아가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연이 떨어진 곳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아까운 연과 연실을 다시 거둬들이려고 그곳까지 갔다가 남의 집 담을 넘어 들거나 지붕 위로 올라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집주인에게 들켜 호되게 혼나기도 했고, 때로는 전봇대 위에 걸린 연을 거둬들이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기도 했으며, 질퍽한 논바닥이나 거름 섞인 밭고랑에 빠져 신발과 옷을 버리기도 했다.
 상대방의 연실을 잘 끊기 위해서는 나의 연실을 특수 가공하는 노력도 필요했다. 먼저 사기그릇이나 유리 조각을 가루로 부쉈다. 그걸 밀가루로 쑨 풀이나 밥을 으깬 밥풀에 고루 섞은 다음 두꺼운 봉지나 종이에 옮겨 쥐고 그 속으로 연실을 통과시켜 바짝 말리면 칼날보다 날카로운 연실이 되었다. 그 일은 혼자 할 수 없어 친구의 품앗이가 필요했다. 이와 같은 가공 공정을 또렷이 기억하는 6∼70대 이상의 문현동, 우암동, 용당동 등의 토박이들이 꺼내놓는 추억은 한편의 무용담을 듣는 것 같다.
 연날리기는 정월 보름이 가까워지면서 절정에 이른다. 세시풍속의 의미를 잘 아는 어른들은 연에 `재앙 액(厄)' 등의 글을 써서 나쁜 기운을 멀리 날려 보냈다. 지난 설에는 누구 할 것 없이 마음속 얼레까지 돌리고 또 돌리며 액막이 연을 날렸다. 소설가·향토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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