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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미라의 동화같은 이야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박미라의 동화같은 이야기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05/11/ 조   회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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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하다. 멀리 나가고 싶다. 비행기 탄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아직 발 딛지 못한 대륙도 많은데….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여행부터 가겠다. 티켓팅은 지금도 가능하지 않나? 표부터 미리 사 놓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나만은 아닐 거다. 최근 한 설문조사를 보니, 코로나19 종식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가 63%가 `여행'이라고 답했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맛보는 즐거움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 오죽하면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라고 하겠는가.
 여행하는 기쁨을 느끼고자 동화책을 뒤졌다. `우리 시대의 가장 힘 있는 이야기꾼, 김남중 작가의 해양모험 동화!'라는 광고문구가 달린 11권짜리 책이 눈에 들어왔다. 믿고 보는 김남중 작가에 해양모험 이야기이라니….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외국과의 교류를 철저히 외면한 채 유교 사상에 빠져 있던 17세기 조선, 바닷가에 사는 평범한 조선 아이 해풍이가 우여곡절 끝에 하멜 일행을 따라 나가사키로 떠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풍이는 조선에서 끌려온 도공들이 모여 사는 일본 나가사키 마을에 숨어드는가 하면, 바타비아(현재 자카르타)에서 소년 해적을 만나고, 당시 세계를 주름잡았던 동인도 회사의 비밀을 알게 되며,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에 도착해서 세계지도를 손에 넣기도 한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배를 앞세워 식민지 사냥을 하던 대항해 시대는 흥미진진했지만, 그로 인해 고통 받았던 노예, 원주민들의 가슴 아픈 역사적 진실도 마주하게 된다.
 남은 책의 권수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 봤던 부분을 다시 들춰 보고 또 보고 아껴보게 된다. 해풍이가 펼치는 모험담 혹은 고생담은 스릴 넘친다. 해풍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사회적 정치적 올바름을 실천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지침을 준다.
 대서양에는 무풍지대가 있다고 한다. 배를 뒤집을 것 같은 폭풍보다 더 무서운 게 `무풍'이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건 곧 죽음을 뜻한다. 해풍이가 탄 무역선 튈프호도 무풍지대에 갇힌다. 사람들의 공포가 극에 달한 순간, 유령선을 만나기까지 하는데….
 바람 잘 날이 없는 요즘, 바람 없는 `무풍지대'를 생각한다. 우리 인생에 크고 작은 바람이 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라디오 구성작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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