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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05/11/ 조   회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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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에 대고 대합실로 들어가 보니 어머니는 빨간 보자기 두 개를 들고 앉아 계셨다. 아들을 기다리고 계시던 어머니는 내가 도착할 때까지 신주 모시듯 들고 있던 보자기를 맡기며 "음식 든 보따리를 들고 화장실을 갈 수가 없었다"며 종종 걸음을 치신다. 올해도 또 중년의 변변치 못한 아들 생일상을 보러 오신 게다.
 집에 돌아가 펼쳐본 보자기에는 바람떡과 우엉지(김치)가 가득했다. 곱게 빻은 콩가루는 아련하면서도 정겨운 고향의 정취다. 우엉지는 손품이 많이 드는 음식이다. 1∼2시간 푹 삶은 뒤 잘게 찢어 젓갈을 적당히 넣은 양념으로 버무린 어머니의 손맛이다. 그날 밤 거실에 앉아 TV를 보던 아들에게 다가온 어머니는 개어 놓은 이불을 펴듯 호소부터 풀어 놓는다. "갈수록 갑갑해 죽겠다. 어디 바람 한번 쐴 수 있나. 전에 살던 집이 그리워…."
 아, 이런….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형이 아파트로 이사를 한 뒤 당신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었던 게다. 어머니는 아파트 생활이 처음이다. 아파트란 게 젊은 사람들 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지만, 노인에게는 유배지나 다름없다. "남세스러우니 너만 알고 있어라. 엊그제는 하도 답답해서 바람이라도 쐬겠다고 나갔다가 들어오려고 보니까 문이 열려야지…."
 요즘 짓는 아파트는 대부분 1층 입구부터 `원천봉쇄'돼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으면 철옹성이 된다. "비밀번호인가 뭔가 아무리 눌러도 꼼짝 안하니. 왜 먼저 간 네 아부지 생각이 자꾸 나는지…."
 농촌의 부모님을 도시로 모셔와 살면 겪는 같은 고민이다. 그렇다고 홀로 계시도록 할 수도 없고, 아파트에 모실 수밖에 없으니…. 달리 방법이 없는 죄송한 마음만 먹먹한 모든 아들딸들의 생각일 것이다.
김원준(용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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