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산남구신문 > 오피니언

오피니언

오피니언 ([오륙도 행복 칼럼] 외국인의 한국인 되기, 첫단추는 한국어 배우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오륙도 행복 칼럼] 외국인의 한국인 되기, 첫단추는 한국어 배우기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0/02/07/ 조   회 181
첨부파일


얼 리드 교수 (경성대학교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캐나다 사람인 나는 한국에 첫발을 디딘 지 20년이 훌쩍 넘었고, 거의 대부분 부산에서만 살고 있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내가 왜 부산에서 이렇게 오래 살고 있는지 묻곤 한다. 그 이유를 단지 한 가지로 단정지을 수 없다. 그 중 몇 가지를 들자면, 나는 부산의 온화한 기후와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너무 좋고, 특히 겉은 무뚝뚝하지만 알고 보면 마음은 따뜻한 사람들이 너무 좋다.
 그렇다고 부산, 또는 한국이 완벽한 곳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어떤 곳도 완벽할 수는 없다. 여유있고 아름다운 휴양지도 막상 정착하여 살아보면 휴가 때 느낀 것과는 아주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일단, 부산에는 상당히 많은 외국인들이 있고 그로 인한 여러 외국인 모임들이 많다는 것이, 외국인으로서 부산에서 사는 데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고향이 그립고 고향 음식이 그리울 때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런 모임들은 부산이 더 글로벌한 도시가 되는 데에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들의 이면에는 약간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한 나라에 사는 외국인들 중 자국인들끼리 어울리고 자국어만 쓰며 생활하는 소위 `외국인 거품(ex-pat bubble)'에 빠지거나, 한국의 문화와 외국의 문화의 다른 점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거품' 속에서 살게 되면, 자국과 다른 이질적인 것들에 화제가 지나치게 치우치기 마련이므로, 실망감을 계속 가지면서 살기 쉽다. 게다가,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므로 한국 또는 그 지역에 대한 정확하지 않거나 왜곡된 이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외국인이 한국에 아주 오래 살았다 하더라도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진정한 한국을 잘 모를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들의 정보에만 의지하지 않고 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알기 위한 첫 단계는, 한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 첫 단계를 밟으려면, 외국인 친구들과만 어울리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에서는 많은 정보들이 주로 함께한 자리에서 대화를 통해 전해지는 것을 알기에,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한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나는 것을 나는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한국인 친구들이란, 나와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해야 하는 한국인 직장동료들이 아니라 나와 함께 여가시간을 기꺼이 보내려는 한국인들을 의미한다.
 나는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들은, 특히 경제나 정치 뉴스 등 내가 생각지도 못했지만 외국인 거주자들에게 관련 있을 수도 있는 여러 뉴스들에 대한 유익한 내막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한 대화 속에서,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한국인들도, 심지어 어떤 때는 훨씬 더 많이,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어떤 일들이 일어날 때 꼭 좋은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유가 다 있다는 것도 종종 알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인 친구들이 있어서 가장 좋은 점은 바로 부산과 부산의 역사, 그리고 그 고유의 문화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과정이다. 가끔 문화관광(culture tour)을 갈 기회가 생기는데, 평범해 보이는 장소나 건축물의 의미심장함에 감탄하곤 한다. 훌쩍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조그만 정자가 조선시대 저명한 학자가 시를 쓴 마지막 장소일지도 모른다는 것, 언덕 위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는 고려시대 화장터 자리에 지어졌으며 동래에 있는 산 언덕의 무덤들이 가야 왕족들의 무덤이라는 것 등을 알게 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나는 부산에 오래 살고 있는 외국인임에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여러 다양한 외국인 단체들이 부산에 많은 이점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부산에서 살면서 접한 여러 많은 일들에 감사하고 있지만, 특히 부산과 한국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도와준 한국인 친구들에게 더욱 감사한다.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결과로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다. 비록, 내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내가 동의하지 않는 것들도 말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