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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은 오고 일상은 계속된다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0/04/07/ 조   회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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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함이 온몸을 감싸는 봄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마을을 돌아본다. 우암동 소막마을공동체센터로 이사 온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주변의 풍경은 너무나 익숙하다. 사흘들이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던 곳이다. 그러던 곳이었지만.
 조용하다. 아이들 소리는 이미 떠난 지 오래다. 좁은 골목에 옹기종기 줄서있는 조그마한 화분의 꽃몽오리와 옥상에서 흩날리는 낡은 옷가지만 아니면 그냥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다.
 3월의 달력과 함께 안심마당 한가운데 벚나무가 꽃을 티울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봄의 전령사들이 흩날리는 꽃비와 함께 찾아올 것이다. 그런데 때아닌 코로나19라는 생경한 불청객이 찾아와 사람들이 숨어버렸다. 아니 온통 삶의 소리들을 삼켜 버렸다. 60년은 족히 된 듯한 낡은 시멘트로 만든 이층집은 사람이 떠난 지 오래다. 길냥이들의 집이 된 것도 같다. 이층에서 갈색 고양이가 소리 없이 배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잠시 고양이는 눈을 의식했는지 금방 조그만 틈새로 사라져 버렸다.
 잠시후 소리가 들린다. "대파 사이소∼, 명지 대파" 닫혔던 문들이 열리고 사람이 나올까. 목을 한껏 내밀어 소리나는 곳으로 눈길을 준다. 앞집 순희 언니만 한 단 챙겨서 후다닥 집으로 숨어 버린다.
 다시 마을이 조용해졌다. 센터에도 찾아오는 이가 없으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올 초 세웠던 계획도 코로나사태로 미루어지고 무엇보다 주민과 함께 하는 일은 모든 게 정지된 상태다.
 사무실을 박차고 나간다. 골목을 누비며 외쳐 부른다. "△△엄마 뭐하고 계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에고, 온종일 누워서 텔레비만 보면 안돼. 마스크하고 옷 따뜻하게 입고 동네 한바퀴 돌아요. 친구한테 전화도 하세요. 너는 아픈데 없나, 열은 없고? 그리고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도 하시구요." 그리곤 따뜻한 눈인사 한번 하고 다시 다른 어르신의 집으로 향한다. △△엄마 좋아하는 강냉이 박상이라도 한 봉다리 사갈까. 발걸음이 빨라진다.
 주미옥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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