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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갑시다!" 구슬땀 속에 핀 남구 사랑
작 성 자 문화체육과 등록일 2016/07/26/ 조   회 901
첨부파일 9면리퍼트대사1.jpg (244 kb)
9면리퍼트대사.jpg (708 kb)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와 함께 한 이기대 해파랑길 트레킹


 부산 지역 대학생들과 2시간 걸쳐 이기대 완주
 궂은 날씨 불구 유머·배려심 시종일관 화기애애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굵은 땀방울이 리퍼트 대사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졌다. 상의는 흥건히 젖었고 숨도 거칠었다. 그래도 서툰 우리말을 해 가며 `망가진' 자신보다 동행한 어린 대학생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몸에 밴 배려심과 미국인 특유의 개방성은 두 시간에 걸친 이기대 트레킹 내내 빛을 발했다.
 지난 6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우리 남구를 방문했다. 미국 독립기념일 축하 리셉션을 위해 전날 부산을 찾았는데 이날은 부산 방문 마지막 행사 일환으로 이기대 해파랑길을 걸었다. 궂은 날씨 속 6㎞ 코스였다. 트레킹에는 부산 미 영사관 직원과 부산여자대학교 학생 20여 명이 동행했다.
 연무가 짙게 깔린 오전 9시 45분, 성조기를 단 검은색 대사관 차량이 오륙도스카이워크 입구에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자 연갈색 티셔츠에 반바지, 운동화 차림의 리퍼트 대사가 내렸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특명전권대사라기 보다는 동네 산보 나온 이웃집 아저씨 느낌이다. 웃을 때 표정은 로버트 할리를 닮았다. 지난해 피습으로 입은 오른쪽 뺨의 상처가 흉터로 남아 있었다. 짙은 안개로 오륙도 여섯 섬은 물론이고 스카이워크의 발 아래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무안해하는 관계자들을 향해 러퍼트 대사는 "무서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유머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흙빛 구름에 해안 풍광이 모두 지워졌다. 전날 내린 장대비로 코스 일부는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훈남 대사님'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지 여학생 대부분은 새 운동화를 신고 왔다. 이래저래 트레킹하기엔 `최악'이었다.
 이런 `난감한 매듭'을 리퍼트 대사가 풀었다. "안녕하세요?" "괜찮아요?" "좋습니다!" 등 우리말로 대학생 한 명 한 명을 살뜰히 챙겼다. 함께 `브이'자를 그려가며 사진도 찍고 웃고 떠드는 스스럼없는 행동에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다행히 일행이 농바위 전망대에 다다르자 안개가 걷히면서 저 멀리 오륙도의 비경이 드러났다. 이 무렵 취재진이 리퍼트 대사에게 `임진왜란 당시 두 기생이 왜장을 안고 투신한 데서 이기대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알려주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친 김에 `이기대 바닷가에는 해녀들이 많다'고 하자 "오, 해녀!"라며 맞장구를 쳤다. 네이비실에서 군 생활을 한 그는 지난 5월 제주도로 건너가 직접 해녀 체험을 하고 해녀 자격증을 땄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에 부임한 리퍼트 대사는 올해 마흔 넷이다. 역대 최연소 미국 대사답게 한국인들과의 스킨십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트레킹도 같은 맥락으로 마련됐다.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은 그의 서툰 한국말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학생들의 영어 질문에는 가급적 우리말로 답했다. 모르는 한국말이 있으면 일일이 물었고 통역관과도 일상적 대화는 한국말로 하려고 노력했다. 오르막길에서 힘에 겨워 `악' 소리를 지르는 여학생을 향해 리퍼트 대사는 "골났어요?"라며 재치 있게 말해 주위를 웃겼다.
 이기대 어울마당 근처에 닿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갰다. 비로소 광안대교와 해운대의 스카이라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기암절벽과 연푸른 파도 사이로 용호만 다이아몬드베이에서 출항한 크루즈 요트가 그림처럼 스쳐갔다. 늦게나마 이기대 트레킹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땀 범벅이 된 리퍼트 대사에게 트레킹 소감을 묻자 "매우 좋았고 재미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륙도스카이워크에서 동생말까지 6㎞를 완주한 그는 학생들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다음 일정을 위해 경남 창원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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