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산남구신문 > 남구사람들

남구사람들

남구사람들 (당신의 온기 오래도록 간직할게요)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당신의 온기 오래도록 간직할게요
작 성 자 문화체육과 등록일 2016/08/26/ 조   회 449
첨부파일 5-22cw3.JPG (49 kb)

당신의 온기 오래도록 간직할게요

 


`빈자의 나눔' 실천한 우암동의 정경훈님을 기리며


 


 "아이고, 누가 하면 어떻습니까? 남들이 몰라주면 또 어떻습니까? 나만 좋으면 됐죠, 하하."
 우암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정경훈(사진) 회원이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그가 지난 7월 31일 향년 54세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는 1963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나 얼마 안 돼 우암동으로 이사를 왔고, 줄곧 우암동에서 살았다. 어려운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느라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혼기도 놓쳤다. 젊은 시절부터 공사 현장의 타일공으로 일을 하며 노모를 모시며 성실하게 살아온 그는 삶의 여유가 조금 생기면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암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용기를 내 회원으로 가입했고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이웃을 위해 헌신했다.
 그가 들려준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은 지난 2011년 7월에 발생했던 용호동 산사태다. 당시 엄청난 물폭탄으로 예문여고 뒷산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만사를 제쳐놓고 산사태 현장으로 달려가 구호활동을 펼쳤다. 자신의 생업을 뒤로한 채 몇날 며칠을 도로에 흘러 내린 토사를 퍼담아 날랐다. 절망에 빠진 이웃을 보고는 도저히 모른 척 할 수 없었다고 그가 말했다.
 그랬던 그가 4년 전 간암 판정을 받았다.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급기야 정부로부터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지원을 받게 됐다. 그 와중에도 병든 노모를 홀로 모시며 국가 지원을 받는 것에 늘 미안해하고 고마워했다. 그렇게 그는 받은 만큼 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했다. 암과 싸우면서도 회원들조차 꺼려하는 방역 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도 잊고 어려운 이웃과 지역을 위해 여러 새마을사업에도 참여해 자신의 몫을 묵묵히 수행했다. 조용한 성품으로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험한 일 앞에서면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 자기 일처럼 하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고 깊게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그가 조용히 나타나 말없이 앉아 있다 이웃을 돕고는 다시 말없이 집으로 돌아갈 것만 같다. 암세포가 온 몸이 짓이겨도 늘 담담했던 그도 홀로 남을 어머니 걱정에 참 많이도 무섭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고 가슴이 저려온다. 이제는 그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아프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의 아름다운 온기가 우암동에 오래도록 남을 것으로 믿는다.
 이주연(우암동 주민센터)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