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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사람들 (처음 끓여본 곰탕 … 실수 쌓일수록 맛은 향상)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처음 끓여본 곰탕 … 실수 쌓일수록 맛은 향상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4/30/ 조   회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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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에 왕도는 없습니다. 그러나 실패는 줄이고 성공은 앞당기는 `정도'는 있습니다. 골목상권은 총성 없는 전쟁터임에도 충분한 준비 없이 장사에 뛰어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에 남구의 `외식업 멘토'에게서 노하우와 생존 비책을 듣는 남구 소상공인 재능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한우곰탕전문점 `곤국' 성장기
무모함을 성공으로 바꾼 저력

서양조리 전공 불구 4년 전 문현동 골목에 곰탕집 창업
상가부터 정하고 업종·메뉴 선정 … 상가 셀프인테리어
한 달 유동인구 관찰 … `BIFC 서울 직장인' 타깃 결정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 되면서 골목마다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내가 식당을 준비하던 4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TV를 켜면 골목식당 같은 식당 창업 관련 콘텐츠가 한창이었다. 서양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외식업계에서 일하던 나는 일본 식문화에 관심이 생겨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부모님 제안으로 유학을 접고 식당 창업에 뛰어들었다.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창업비용이 여유롭지 않아 두가지 전략을 세웠다. 첫째가 `셀프 인테리어'였다. 전에 일한 곳에서 `셀프 인테리어'를 해 본 경험이 있어 셀프인테리어가 공사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직접 설비나 작업을 할 순 없었지만, 시공 현장은 많이 봤던 터라 공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번째 전략으로 한가지 메뉴만 파는 전문점으로 정했다. 상권에 영향 받지 않는,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식당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메뉴 개발을 해 본 경험이 있어 음식 만드는 건 자신이 있었다.
 업종 선정에 앞서 상가부터 구했다. 부동산 비용(보증금, 권리금, 월세)이 낮고 어느 정도 설비가 되어 있어 `셀프 인테리어'가 가능한 곳을 물색했다.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동네가 있으면 아무 부동산중개소에 들어가 조건에 맞는 곳이 있는지를 물었다. 여러 동네를 둘러보던 중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맞은편 문현동 이면도로에 적당한 가게를 발견했다. 부동산 계약을 하고 옆 카페에서 한달 간 유동인구를 지켜보며 `무엇'을 팔지 고민했다. 오고가는 손님들을 유심히 지켜보니 서울말을 쓰는 회사원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카페에 앉아 식당 창업 관련 책을 10권 정도 읽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당시 음식이나 식당 이야기를 풀어주던 tvn의 `수요미식회'를 빠트리지 않고 챙겨 봤는데, 문득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우리 전통음식 `곰탕'이 떠올랐다. 사골과 뼈를 고아 우윳빛 국물을 내는 것은 설렁탕이고 반면 곰탕은 양지와 사태 등을 우려내 국물이 맑은 것이 특징이다. 곰탕은 서울 사람들이 돼지국밥 대신 많이 찾고, 80년 넘는 곰탕집이 있을 만큼 오랫동안 사랑받는 음식이다. 마침내 가장 중요한 `업종과 메뉴'가 정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곰탕을 먹어본 적도 만들어 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의 전공은 서양조리였다. 일견 무모해 보이는 한우곰탕전문점 창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메뉴가 정해지자 일이 정신없이 바빠졌다. 설비나 인테리어 등은 최대한 빨리 끝내야 레시피 개발에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좋은 한우를 공급받는 것이 중요해 직접 축산물도매시장을 가보고 여러 한우 유통업체도 방문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찾아간 유통업체에서 대학 동기를 만나 질 좋은 한우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됐다. 그 친구 덕택에 곰탕에는 어떤 부위가 쓰이는지 등을 알게 돼 조리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예전부터 레시피를 짤 때 관련 유튜브나 책, 각종 TV프로그램 등 자료 조사를 충분히 하는 편이다. 그런 다음 음식에 넣을 재료의 중량까지 구체적으로 노트에 기록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조리지식을 동원해 레시피를 짜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경험이 축적되고 음식은 점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조리 관련 책을 꾸준히 읽거나 여러 분야의 사람들(요리사, 축산유통업자, 농부, 시장상인)을 만나 지식을 쌓다 보면 새로운 영감을 받게 되고 이는 레시피 개발에도 반영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곰탕도 같은 경우였다. 가게 오픈 당시 만들었던 곰탕과 4년이 지난 지금 만드는 곰탕은 맛도 조리법도 완전히 달라져 있다.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약탕기를 이용해 곰탕을 만드는 식당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압력, 온도, 시간 조절이 가능한 약탕기는 현재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보통의 국밥집에서 사용하는 솥보다 일정한 맛을 내는데 도움이 된다. 한우 유통업체에서 만난 친구의 조언에 따라 이 부위 저 부위를 넣어 보며, 국물 맛을 내는 부위가 어딘지, 어떤 부위를 삶았을 때 가장 맛있는지 또 삶고 난 후 언제가 가장 맛있는지 등을 거듭 체크했다. 실제 가게 영업을 하는 것처럼 한번 삶을 때 60∼70만원 상당의 한우를 이용했는데 맛만 조금 본 뒤 전부 버렸다. 레시피 개발에 들어간 한우값만 1000만원은 된 것 같다. 식당 운영에서 맛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리허설'이 반복될수록 곰탕 맛이 일정해지는 것을 느꼈다. 곰탕과 함께 곁들여 먹는 깍두기와 반찬 담는 데 요령이 붙자 마침내 한우곰탕전문점 가게 문을 열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직원들을 타깃으로 메뉴를 개발한 문현동 `곤국'의 곰탕과 식당 내부 모습. 코로나 시국에도 점심시간 테이블을 많게는 3회전까지 받을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김상기 문현동
`곤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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