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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09/18/ 조   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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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김옥숙
소설 `배달의 천국' 저자
경성·부경대 식당 운영

자영업자 위한 `악플러 사용설명서'


 필자는 코로나 시기 자영업자의 고통을 다룬 장편소설 `배달의 천국'을 최근 출간했다. 애초에 이 작품의 제목은 `배달 악플 살인사건'이었다. 배달 식당에 끊임없이 허위 악플을 다는 악플러와 목숨 같은 식당을 지키려는 식당사장의 악플 전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코로나가 터지면서 식당을 살리기 위해 배달업에 뒤어든 식당사장이다. 식당주인 만석은 끊임없이 별점테러를 하고 악플을 다는 악플러 민성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몸이 부서져라 일해 배달 매출을 올려도 남는 것 하나 없는데 울고 싶은 놈 뺨 때리는 악플러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리뷰가 권력인 시대인지라 손님들의 리뷰 갑질과 별점 테러로 인해 장사하는 사람들은 피가 마른다. 손님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한 것이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별점 테러나 심한 불만 리뷰가 올라오면 매출이 떨어지니 악플이 염라대왕처럼 무섭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매출은 생존이 달린 일이므로 본업인 장사 보다 리뷰 관리에 더 신경을 쓰게 되니 그야말로 리뷰의 노예가 따로 없다.
 고객은 무조건 옳고, 왕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데다, 비대면 플랫폼 산업이 발전하면서 리뷰 갑질과 악플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배달의 천국' 주인공 만석처럼 개인적인 복수를 한다고 해서 악플러가 사라지지도 않고 문제는 더 커질 뿐이다. 그렇다면 악플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얼마 전 오이 냉국수 리뷰에 달린 사장님 리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오이 냉국수에 오이를 빼달라고 했는데 넣었다고 손님이 불만 리뷰를 올리며 별점 테러를 하자 나이 많은 사장님은 `좨송합니다' 라는 사과 댓글을 올렸다. 맞춤법도 틀린 사장님 댓글에 울컥한 네티즌들은 엄청난 배달주문으로 그 가게를 응원했다. 심한 불만 리뷰가 올라오면 화가 나게 마련이지만, 고객과 끝없는 감정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실수를 했다면 일단 먼저 사과를 하는 것이 가게를 지키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고객들도 이해를 해주고 단골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악플러의 심리는 악플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관심을 받는 것이다. 관심을 원하는데 상대방이 관심을 주지 않으면 맥이 빠져 더 이상 악플을 달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악플이 올라와도 내일이면 더 좋은 손님이 선플로 악플을 덮어준다. 악플은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늘 강철 멘탈이라는 방패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악플이라는 흉기에 찔리지 않도록.
 또한 고객의 불만 리뷰를 무조건 악플로 생각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가게를 살릴 수 있는 약이라고 생각하는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자주 올라오는 불만 리뷰에 대해 해결방법을 찾고 실수를 줄이는 매뉴얼을 만들어 대처한다면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단골도 늘어날 것이다.
 리뷰 갑질과 별점 테러가 두려워 진상 고객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악플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갑질을 하게 된다. 허위 리뷰로 업체에 큰 피해를 주는 악플러라면 법적조치를 취하고 리뷰 게시중단이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진상고객들이 활개를 치고 리뷰 갑질을 하는 이유는 익명으로 리뷰를 달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의 리뷰 시스템 때문이다. 리뷰와 별점제도를 없애거나 리뷰 실명제를 실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리뷰 실명제가 도입된다면 익명성 뒤에서 리뷰라는 칼을 망나니처럼 휘두르는 악플러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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