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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사람들 (110m 학교 담벼락에 예술 입힌 부부화가)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110m 학교 담벼락에 예술 입힌 부부화가
작 성 자 관리자 등록일 2016/04/14/ 조   회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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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박수남씨 용호초등학교 담장에 유화 그려
뙤약볕 3개월 작업 … 32개 벽화, 32개 스토리 담아

 담장에 밑그림을 그리는 노화가의 왼쪽 어깨가 기울어져 있다.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벽화 천지창조를 완성한 미켈란젤로의 뒷모습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모든 걸 내려놓고 오직 작품에만 매달리는 모습에서 장인의 예술혼이 배어 나온다.
 용호초등학교의 담장에 벽화를 그리는 64세 동갑내기 정승우, 박수남 부부 화백을 만났다. 110m 학교 담벼락에 산수화, 풍경화 등 모두 32개의 벽화를 그린 주인공들이다. 섬세한 묘사와 예사롭지 않는 화풍에 지나가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뭐하는 분들일까.
 처음엔 재능 기부로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해 강원도 홍천 시골 초등학교 벽화를 맨 먼저 그렸는데 자그만치 1㎞에 달하는 장대한 작업이었다. 침침하던 골목이 벽화로 환하게 바뀌면서 차츰 마을사람들의 표정도 삶도 달라졌다. "어느 암환자가 저희한테 그러더군요. 오며가며 벽화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이 좋아졌다고 말이죠." 그때 부부는 예술은 좁은 화실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전국을 돌며 `치유의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용호초등 벽화 작업은 남구 주민자치회프로그램 공모 사업으로 시작됐다. 주민센터 측이 벽화 그리는 이들 부부의 사연을 TV에서 보고는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았다. 주민센터는 서울이 고향인 이들 부부에게 물감, 붓 등 재료비와 최소한의 체재비만 제공하는 제안을 했고 이들 부부가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작업을 했으니 3개월이 걸렸다. 부부는 이기대, 오륙도, 신선대 등 남구를 둘러보고 동네 주민들에게 남구에 얽힌 옛 이야기를 들은 뒤에야 붓을 들었다. 벽화 하나 하나에 스토리가 담긴 이유다. 남편 정 화백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한 권쯤 가지고 있는 어문각의 `우리말 사전'에 실린 삽화 6300점을 그린 장본인이다.
 수성페인트로 칠하는 여느 벽화와 달리 유화로 덧칠해 작품에 사실적 깊이와 예술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유화 벽화는 오래 가는 것이 장점이다. 부인 박수남 화백은 "벽화는 탈색 되거나 물감이 벗겨지기도 하는데 그게 아쉬워 최고급 마감재를 쓴다"며 이마저 맘에 차지 않아 마감재 전문가에게 의뢰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벽화 다운 벽화를 그리겠다는 자긍심이 대단하다. 이들 부부 화가는 "벽화가 남구의 관광명소가 되기를 염원한다"며 미소지었다. 조을홍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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