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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07/04/ 조   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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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터바 몌흐리니서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한국의 치안' 세계가 부러워하는 관광자원


 "한국은 딱히 볼 게 없는데,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관광을 오는 게 이해가 안 돼."
 코로나 엔데믹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뉴스를 본 어느 한국인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말에 나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장점과 매력을 정작 한국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이역만리를 건너 온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이다. 어릴 적 TV에서 본 한국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와 `겨울연가'에 꽂혀 대학을 한국어과에 입학했다. 수업이 끝나면 코이카(KOIC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만들어 준 한국어 도서관에서 한국 서적과 영상을 접하며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풀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어 교사로 3년간 초·중학생을 가르쳤고 우즈벡에 진출한 한국 건설회사 2곳에서 한국인 엔지니어들과 일한 적도 있다. 그러다 한국을 제대로 알고 싶어 2019년 10월 한국으로 유학을 왔고 현재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한국 생활에서 가장 놀라운 경험은 바로 `한국의 치안'이다. 원룸에서 혼자 사는 내가 새벽에 `겁도 없이' 슬리퍼를 신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렇게 우즈벡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나이트 투어'를 자주 즐기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에서 가장 만족하는 항목으로 `치안'을 꼽았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안전이 보장된 사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관광자원임을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
 작년에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가족을 만나러 고향 우즈벡으로 잠시 돌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우즈벡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내가 사는 원룸으로 택배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기다리던 선물이었지만 출국 날자와 택배 도착 날짜를 맞추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5층짜리 원룸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곳에는 거주자만 30명이 넘는다. "아깝지만 선물은 물 건너갔구나" 포기하고 우즈벡에서 한 달을 머문 뒤 방학이 끝날 때 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순간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문 앞에 택배상자가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집 앞에 택배상자가 무려 한 달 간 방치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손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복도에 CCTV가 설치된 것도 아니었다. 이것이야 말로 한국만의 장점과 매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몇 달 전에는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비자카드와 외국인등록증이 들어있는 손지갑을 분실한 적이 있다. 한참 뒤에야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깨닫고는 허둥지둥 화장실로 갔는데, 누군가 내 지갑을 발견해 CCTV가 잘 보이는 곳으로 지갑을 옮겨 놓았다. 이런 일들은 한국인들에겐 당연할지 모르나, 나 같은 외국인들이 소름 돋아 하는 `어메이징 코리아'이다.
 한국에서의 이런 경험과 신뢰가 쌓이면서, 나는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다가 볼일을 보러 잠시 자리를 비울 때면 여느 한국인들처럼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그대로 놓아두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K-문화'는 `K-팝'이나 `K-드라마' 못지않게 외국인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이런 경험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끼던 선글라스를 지하철에 놓고 내려 황급히 유실물 센터에 접수를 했지만 몇 달째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한국의 치안은 금수강산 못지않게 한국을 아름답게 만드는 문화적 자산이며 한국 사람들이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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