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5만여 명 방문 … 전 연령대 즐기는 `킬러 콘텐츠' 적중
일부 부스 `문전성시'… 기상악화로 `오륙도 프로그램'은 불발

　가히 폭발적이었다. 밀려드는 인파로 축제 마지막 날 평화공원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깊어가는 가을, 관람객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제20회 오륙도평화축제가 성공적인 성년식을 치렀다. 지난 21∼23일 평화공원 일원에서 열린 축제에 관람객 5만 명이 다녀 간 것으로 주최 측이 추산했다. 일부 프로그램 부스는 참가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마을축제'의 한계를 넘어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첫 단추를 제대로 꿴 것이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공 요인은 특정 세대에 치중 없이 전 연령대가 참여해 축제를 즐겼다는 점이다. 중·장년층 위주의 기존 콘텐츠에서 과감히 탈피해, 축제의 타깃을 가족 단위에 맞춰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재구성한 것이 그대로 적중했다는 평가다.
　먼저 접근성과 개방성을 위해 축제 장소를 기존 백운포체육공원에서 평화공원으로 옮긴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축제 일정을 가을 국화전시회와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올린 점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맞춤형 콘텐츠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다. 메인무대 행사의 경우 종래 트로트 가수 위주의 공연에서 장르의 다양화를 추구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과 가창력·유머감각을 지닌 가수 안치환의 개막식 공연으로 모든 연령대가 축제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문화가족의 참여 등 축제의 세계화도 눈길을 끌었다. 평화공원 바닥분수대 부근에 독일소시지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외국의 먹을거리 부스를 운영하고 에콰도르 3인조 악단이 특유의 민속공연을 축제 내내 선보여 공연의 흥을 지폈다.
　평화를 테마로 한 거리 사진전에도 `구름 관람객'이 몰렸다. 중·장년층들이 한국전 참전용사 사진전과 남구의 옛 사진들을 둘러보며 추억에 젖는 등 축제의 쉼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의 경우 도자기 만들기, 네일아트 등 여러 체험 부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또 부대행사로 마련된 평생학습·주민자치·복지박람회와 수공예 작품을 판매하는 아더마켓에도 인파가 몰렸다. 감만동에서 온 이은택(39) 씨는 "작년에 비해 체험거리가 많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이번 축제에 점수를 매기면 90점 이상"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남구가 의욕적으로 준비한 `오륙도 콘텐츠'가 기상 문제로 모두 불발됐다. 등대섬을 견학하는 오륙도상륙작전은 태풍 차바로 선착장이 유실됐고 메가요트 체험 역시 당일 풍랑주의보로 사전예약자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축제를 주관한 남구문화원의 성재영 원장은 "전문가회의·벤치마킹 등 축제 준비에만 1년이 걸렸는데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며 "부족한 점을 보강해 내년에는 더 성숙한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607-4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