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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쪽박·대박 모두 맛본 약콩밀면 음식장사에서 살아남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쪽박·대박 모두 맛본 약콩밀면 음식장사에서 살아남기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7/12/ 조   회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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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비법 찾기보다 생존 기술부터 배워야

처음 맛본 밀면에 반해 10년 은행원 접고 개업
늦가을에 밀면집 열어 2년 적자 혹독한 신고식
"내 입에만 맛있는 밀면" … 한때 폐업위기 직면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용호동으로 이사 와 줄곧 용호동에서만 5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용호동 주택가에서 10년째 밀면 장사를 하며 깨달은 원칙은 잘못되거나 부족한 것을 고쳐 더 좋게 만드는 바로 `개선의 힘'이다.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 단어의 무게는 장사의 승패에 앞서 생존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금융업에 취업해 10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어느 날 밀면 장사를 하던 장인어른 가게에서 점심으로 밀면을 먹게 됐다. 부산에 살면서도 평생 밀면 먹을 일이 없었는데, 나이 마흔 줄에 처음 맛본 밀면 맛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면을 베어 물고 육수를 들이켰을 때 느낀 `소름 돋는 천상의 맛'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때 `직장을 관두고 밀면 장사를 하고 싶다'는 무모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떻게 들어간 직장인데…"라며 어이없어 하는 가족을 설득해 실행에 옮겼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고 싶었고 혹시 실패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장인어른으로부터 면반죽을 전수받아 2012년, 가을이 깊어가던 10월 밀면집을 개업했다. 동절기 동안 아내와 손발을 맞춰볼 생각이었는데 첫단추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 업종에 따라 적절한 개업시기가 있기 마련인데, 여름철 음식을 가을에 시작했으니 기본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개업 현수막조차 달지 않고 주변 지인에게도 개업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그저 내가 맛 본 장인어른의 밀면을 빨리 손님들에게 선보여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아파트 담보대출로 확보한 자금으로 이기대 입구 골목에 가게를 얻었다. 기존 가게의 인테리어는 거의 손대지 않고 주방시설과 테이블, 간판 정도만 교체하고 일주일 만에 문을 열었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창업으로 그해 겨울은 유난히 혹독했다. 동절기 계절 메뉴 하나 없이 오로지 여름철 밀면만 판매하는 신장개업집에 손님이 올 리 만무했다. 하루 종일 문을 열어 손님을 기다렸지만, 매출이 가장 많은 날은 10만원이 고작이었다. "겨울이니까, 이제 막 개업했으니까 당연하잖아"라며 아내와 나 자신을 위로했지만, 하루 10시간 가까운 기다림은 초보 장사꾼에겐 가혹할 뿐이었다.
 그렇게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을 맞았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이 돼 마침내 하루 고객 100명에 매출 40만원을 올렸다. 그 날 밤 아내와 함께 치맥으로 그 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처음 해 본 식당일에 몸이 축나 동생의 도움을 받아 여름장사를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8월 15일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져 가을만 되면 늘 심리적 불안감을 겪고 있다.
 2014년 겨울부터 동절기 메뉴를 시작했지만, 장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째 겨울도 힘겹게 버티고 봄을 맞았다.
 손님 없는 겨울, 가게 홍보를 위해 할인쿠폰처럼 쓸 수 있는 전단지를 만들어 주변 지역에 뿌렸다. 전단지 뒷면에 연락처를 남기면 선물 추첨권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의외로 전단지를 가지고 방문하는 고객이 300명 정도 되었다. 인구 대비 전단지 배부율, 회수율 등의 지식이 없던 시기라 전단지가 홍보에 효과가 있다고만 생각했다. 작년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가게는 적자에 허덕였다.
 또 다시 밀면 장사의 보릿고개인 가을은 찾아왔고 지난 2년을 냉철하게 돌아보았다. 중장년층 고객들은 밀면 맛에 대해 `짜다' `달다' `맵다'며 다양한 품평을 내놓았지만 그저 입을 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응 정도로만 치부해 귀 기울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만든 밀면이지만 나 혼자서도 1년에 300그릇은 거뜬하게 먹을 만큼 맛있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식당 중에서 굳이 우리 밀면집을 방문해야 할 이유는 만들지 못했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음식장사는 나와 안맞는 것 같아 가게를 접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 졌다.
 이 무렵, `불가의 깨달음' 같은 장사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 준 천금 같은 인연이 찾아왔다.〈다음호 계속〉

조상홍
약콩밀면 대표

약콩밀면 조상홍 대표가 깨달은
음식장사 폐업의 지름길

적절한 창업 시기를 몰랐다
`여름에는 빙수, 겨울에는 호빵'을 팔아야 하는 장사의 기본도 모른 채 가게를 개업함.
고객의 소리를 듣지 않았다
  밀면을 먹은 손님들의 조언을 잔소리 정도로만 치부하고 무시함.
간절함이 없었다
  가게를 홍보하지도 않고 천수답처럼 찾아오는 고객만 받으려 함.
장사에 관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음식장사는 맛만 좋으면 된다는 근거 없는 교만에 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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