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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수백마리 반딧불이 `섬광… 이기대 자연은 살아있다)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수백마리 반딧불이 `섬광… 이기대 자연은 살아있다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7/12/ 조   회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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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의
남구 멘토에
길을 묻다

(8)아름다운남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문 철 우 회장·윤 현 수 고문

 예전 일본의 온천마을 유후인에서 겪은 일이다. 저녁 산책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나무 한그루가 어둠 속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초여름에 웬 크리스마스 트리?'라며 의아해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나무 주위를 맴도는 수많은 반딧불이 무리였다. 일본의 청정한 자연환경에 놀라움을 넘어 질투심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이 경험을 이기대 숲속에서 다시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기대 전체가 반딧불이 천국
일부 비밀장소 수백마리 서식
 지난 6월 16일 아름다운남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회장 문철우) 윤현수 고문의 안내로 발을 들인 이기대 어느 숲속. 칠흑의 수풀 속에서 수백마리 반딧불이들이 시간차를 두며 전기 스파크를 내 듯 사방에서 번쩍거렸다. 무수한 백색의 섬광들은 영락없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켰다.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광경에 윤 고문은 "장마가 오기 전에 짝짓기를 마쳐야 하는 반딧불이들의 치열한 구애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윤 고문이 안내한 곳은 반딧불이 서식지 훼손을 우려해 극히 일부에게만 알려진 비밀구역. 하지만 윤 고문은 "사실상 이기대와 장자산 전체가 반딧불이 서식지"라고 말했다.

50년 군사지역 묶여 생태계 보존
남구청 방제활동 자제도 큰 도움
 코로나 사태로 2년간 중단됐던 남구 반딧불이 축제가 지난 6월 4∼5일 성황리에 열렸다. 남구에 반딧불이 축제가 열린 것은 20년 전이다. 올 초 별세한 김규영 부회장이 이기대가 반딧불이 서식지라는 사실을 협의회에 처음 알렸고 이를 계기로 반딧불이 환경축제가 시작됐다.
 반딧불이는 전 세계 2,000여 종이 보고되지만 국내는 8종만 발견된다. 그 중 이기대는 파파리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2종이 서식하고 있다. 몸집이 0.8㎝ 정도인 파파리반딧불이는 초여름인 6∼7월, 파파리보다 덩치가 두 배 가량 큰 늦반딧불이는 초가을에 나타난다. 파파리반딧불이가 개체수가 많고 빛도 밝고 영롱하다.
 반딧불이는 대표적 환경지표종으로 1급수 이상 청정 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애벌레로 250일을 지내는데 6번 허물을 벗어야 비로소 성충이 되고 이후 딱 보름간 생존하며 번식을 위해 짝짓기 비행을 한다. 이때 꽁무니에서 루시페린이라는 형광물질을 이용해 `유혹의 발광'을 한다. 환경에 극도로 예민해 냄새, 소음, 빛 등이 있으면 자취를 감춘다. 비가 오거나 심지어 보름달이 떠도 모습을 숨긴다는 게 윤 고문의 설명이다. 어릴 적 강서구 들판에서 봤던 반딧불이를 50년이 지나 이기대에서 다시 만난 이후 20년째 반딧불이 지킴이로 활동하는 윤 고문은 "반딧불이 생태를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고문은 12년간 협회장을 맡으며 반딧불이 행사를 정착시켰다.

사진가들 반디 생태 훼손 주범
"주민 모두가 지킴이로 나서야"
 2018년부터 윤고문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은 문철우 회장이 반딧불이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기대가 반딧불이 천국이 될 수 있었던 데는 50년간 군사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제한돼 생태계가 잘 보존된 덕분이다. 여기에 반딧불이가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남구청이 이기대 일원에 병해충 방제활동을 자제한 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 회장은 "농촌에 반딧불이가 사라진 이유는 농약살포 때문"이라며 "거미줄도 반딧불이에겐 치명적이다"고 덧붙였다.
 반딧불이의 천적은 뜻밖에도 사람이라고 한다. 그것도 반딧불이를 사진으로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이기대 반딧불이 생태를 위협하는 주범이다. 문 회장은 "반딧불이가 많이 출몰하는 지점마다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모여들어 몇 시간씩 촬영을 하는 통에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주의도 주고 하소연도 하지만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딧불이 탐방에 나선 이날 밤에도 삼각대가 달린 커다란 카메라를 멘 사진가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일반인에 개방된 반딧불이 탐방로는 이기대 큰고개 쉼터. 그 곳에서 빛을 내며 허공을 부유하는 반딧불이를 본 주민이라면, 이기대가 얼마나 축복받은 곳이며 왜 이기대를 지켜야 하는지를 절로 깨닫게 된다.
부산남구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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