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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맛보다 위생 우선 … 초보 곰탕집의 `신의 한수)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맛보다 위생 우선 … 초보 곰탕집의 `신의 한수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6/03/ 조   회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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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곰탕전문점 `곤국' 성장기
위생·식자재 관리가 맛 좌우

개업 동시에 위생등급 신청 … 당시 남구 최초 `우수업소'
초반 6개월 식당서 먹고 자며 일하다 일주일 입원하기도
모든 반찬에 소분날짜·유통기한 표기로 고객 신뢰 확보

 2018년 10월 11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가게 문을 열었다. 개업을 축하해주러 오는 지인들 대접하느라 `진짜' 고객을 놓칠까 걱정돼 가까운 이들에게도 개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다만 가게 앞에 `한우곰탕전문점 10월초 오픈 예정'이라고 크게 적은 현수막을 하루 전날 떼는 것으로 개업 소식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그런데 한달 간 걸어놓은 이 현수막이 꽤 홍보 효과가 있었다. 근처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평소 궁금했던지 가게를 방문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한번 왔던 손님이 다른 손님을 데리고 다시 찾아와야 `상권에 영향 받지 않는 나만의 식당'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곰탕맛은 물론이고 찾아올 만한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내가 예전부터 `청소'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창업하기 전 요리사로 근무하던 시절 나는 다른 요리사들에 비해 요리 스킬은 뛰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몸으로 때우는 건 자신 있었다. 체력도 남들에 뒤지지 않았고 특히 청소는 다들 깜짝 놀랄 정도로 깨끗하게 해서 이력서 특기사항에 항상 `청소'를 적었다. 하지만 청소 잘 하는 걸 어떻게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식품의약안전처의 `음식점 위생등급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남구청 환경위생과에 신청을 하면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 위탁해 현장실사가 이뤄지는데, 신청에 따른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고 위생등급제 업소로 선정되면 각종 혜택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곤국은 2019년 8월 남구에서 당시 처음으로 위생등급제 `우수등급(별2개)'을 받았고 이어 지난해 8월 최고등급인 `매우 우수(별3개)' 인증을 얻었다. 나는 대학도 조리과를 전공했고, 여러 주방 현장에서 위생적인 환경에 적응돼 있었지만 정부의 위생등급제를 준비하면서 많은 걸 새롭게 배웠다. 위생관리에 청소만 강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청소도 위생관리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식중독 예방, 올바른 식자재 보관 및 선입선출 등 중요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면, 도마는 색깔별로 구분해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야채는 야채도마에, 육류는 육류도마를 써야 교차오염을 줄여 식중독 위험성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지식들을 꾸준히 공부하고 이를 정확하게 실천해야 위생적인 식당을 만들 수 있다.
 식당에서 위생만큼 중요한 것이 `맛'이다. 개인적으로 식당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식자재의 신선도'라고 생각한다. 매일 식자재 상태를 확인하고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정해 그 기준에 벗어나면 폐기한다. 원칙을 지키는 일은 부지런함이 없이는 힘들다. 곤국에서는 식자재의 선입선출을 정확하고 수월하게 하기 위해 반찬, 파, 소금, 후추, 심지어 마시는 보리차에도 소분 날짜를 적어 보관한다. 깍두기와 절임 양파, 파도 일정한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번에 많이 준비하지 않고 조금씩 나눠 매일매일 준비한다.
 그리고 보통의 국밥집은 공깃밥을 온장고에 보관하다 손님이 주문하면 꺼내 가져다준다. 밥맛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갓지은 밥일수록 맛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에 곤국은 손님 주문과 동시에 압력 솥밥으로 밥을 짓는다. 이제는 주방설비도 크게 발전해 7분 정도면 갓 지은 밥을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생겼다. 물론 쌀을 일일이 계량하고 6시간은 불려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다른 가게와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위기의 순간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개업하고 6개월 동안은 집에 가는 시간이 아까워 가게에 침낭을 깔고 숙식을 했다. 야밤에 혼자서 다음날 쓸 깍두기를 담그다 나도 모르게 잠에 곯아떨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몸을 혹사하다 무리가 생겨 일주일 병원에 입원하느라 가게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코로나 기간 확진자 손님들이 다녀가는 통에 가게 영업을 못했던 날이 5회가 넘었다. 개업 이후 4년 동안 `버텼다'는 말이 더 와 닿는 것 같다. 위기의 순간을 여러번 버티면서 음식 장사에 대한 신념과 가치는 더 확고해지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하지만 음식장사는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갓 지은 솥밥과 번거롭지만 고객 위생을 생각하는 반찬통에 적힌 소분날짜가 고객에게 더 설득력있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된다.〈끝〉

김상기 문현동
`곤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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