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home 부산남구신문 > 기획·특집
  • facebook
  • twitter
  • print
기획·특집 (다시 일어서려는 골목 사장님들)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다시 일어서려는 골목 사장님들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08/02/ 조   회 131
첨부파일
집에서 식당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걸어서 출퇴근하다 보면 눈에 익은 골목 식당들이 폐업하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50대 후반 여 사장님이 혼자서 운영하던 깔끔하고 맛있던 백반집도 문을 닫고 커다랗고 순한 시베리안 허스키가 지키고 있던 특색있는 카페도 폐업한 걸 보면 마음이 아리다.
 우리 식당 근처의 골목 식당들도 문을 닫은 가게도 있고 금세 간판이 바뀌는 가게도 많다. 2년이나 3년 넘게 임대를 써 붙이고 있는 가게도 많은데 이 힘든 코로나 시기에도 다시 일어나 보겠다고 가게를 새로 개업하는 자영업자들을 보면 내 일처럼 마음이 쓰인다.
 우리 식당 맞은편 생과일 주스 가게가 어느 날 갑자기 분식집으로 간판이 바뀐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주스 가게 젊은 사장님은 우리 식당 단골이기도 했고 장사의 애환도 같이 나누는 이웃이었다. 주스 가게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테이크 아웃 손님들이 많아 잘 되는 편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주스 가게도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직원들도 다 내보내고 사장 혼자 1년 넘게 고군분투했다. 결국은 못 버티고 손들고 나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한 날 주스 가게 사장님이 식사를 하러 왔다. 가게 정리한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꼭 다시 일어날 겁니다. 이 골목에서 5년 넘게 버틴 게 억울해서라도 꼭 일어납니다. 이대로 절대 포기 못 합니다." 그간 얼굴이 많이 상한 걸 보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짐작이 되었다. 포기하고 나갈까, 다시 해볼까, 수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고민했을 것이다.
 식당 직원들 간식을 사러 분식집에 몇 번 간 적이 있다. 가래떡 같은 떡볶이는 정말 쫄깃하고 무엇보다 어묵 국물이 맛있었다. 분식집을 오픈하고 처음 몇 달간은 젊은 사장 혼자서 동동댔다. 주방에서 음식 만들고 배달 포장까지 혼자 다 했다. 요즘은 자리가 잡혔는지 직원들도 세 명이나 구했다. 배달 주문도 많이 늘고 홀 영업까지 시작하자 식당은 예전처럼 활기를 띠었다. 포기하지 않겠다던 그의 당찬 각오대로 다시 일어선 것이다.
 코로나가 바꾼 일상은 코로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자영업 환경이 바뀌었다. 홀 영업만 하던 우리 식당도 코로나로 배달 시장에 뛰어들고부터 배달 손님들이 많이 늘어 한숨 돌리고 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 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고객이 골목 식당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이젠 골목 식당이 손님을 찾아서 손님 곁으로 가야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나는 잡초처럼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도 버티고 살아남은 골목 사장님들. 당신들이 있어서 그래도 골목상권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목록

만족도조사 ㅣ 현재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편의성에 만족하셨습니까?

  • 5점(매우만족)
  • 4점(만족)
  • 3점(보통)
  • 2점(불만)
  • 1점(매우불만)

등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