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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11/16/ 조   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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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전쟁이 갈라놓은 사랑, 남구서 다시 만나다
유엔기념공원 합장된
어느 호주 부부의 마지막 편지


 지난 9월 21일 호주 한국전 참전용사 고 찰스 그린 중령의 배우자인 올윈 그린 여사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유해는 남편 묘소 옆에 합장됐다.
 호주왕립연대 제3대대 지휘관이었던 찰스 그린 중령은 중공군이 쏜 포탄의 파편에 복부를 맞아 1950년 11월 1일 30세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올윈 그린 여사는 당시 네 살바기 외동딸을 키우며 재혼하지 않고 남편을 그리워하다 2019년 11월 27일 "남편 곁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96세 일기로 별세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장례식은 4년이나 미뤄졌다. 그린 여사는 1993년 회고록 `그대 이름은 여전히 찰리(The Name's Still Charlie)'를 출간하고 6·25전쟁 호주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 여생을 바쳐 2006년 호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을 받았다.
 다음 글은 1950년 10월 27일, 찰스 그린 중령이 전사하기 4일 전에 부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로, 남구가 최근 입수해 유엔참전용사 특집매거진 `NEVER FORGET YOU ALL'을 통해 70여년 만에 공개했다.


 사랑하는 올윈에게,
 다시 한번 우리에게 조용한 밤을 보내고 또 짧은 편지를 주고 받을 기회가 왔군요. 편지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오기 때문에 내가 지난번 보낸 편지 이후로 아무런 우편물이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보통 편지가 오면 한 묶음을 받아요.
 지난번 편지에 래버턴 장군에게 연락을 했다고 적었던 것 같군요. 어제 장군으로부터 육군본부에 즉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연락이 왔어요. 며칠 안에 무슨 소식이 있을 겁니다. 만약 장군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나에게는 희망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세상에, 여기는 현재 너무 추워요. 물이 얼고 따듯함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에요. 현재 미군 겨울 외투가 배급되고 있으니 상황이 좀 나아질 것 같긴 해요. 우리 중 일부는 이미 외투를 받았는데 외투가 매우 좋아요. 나는 임무가 빨리 끝나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더 추워지기 전에 이곳을 떠날수 있기를 바래요. 나는 당신이 없어 매우 외로운데 이 춥고 외로운 감정은 우리가 다시 함께 만날 때까지 어찌할 방법이 없네요. 하지만 추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대는 건재하고 또 요즘은 지휘하는 일이 정말 즐거워요. 대원들은 매우 세련된 사람들이고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두 가지 중요한 행동을 아주 잘 해내고 있어요.
 내 사랑을 잊지는 않았겠죠? 또 우리 버비도 잘 돌보고 있는 거죠? 나는 당신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망하고 있어요. 20마일 정도만 더 가면 우리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고 그 후에는 임무가 끝날 것 같아요. 그러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내 생각에는 우리 사랑하는 꼬마 버비가 집에서 식탁 모서리 둘레를 뛰어다니고 있을 것 같군요. 요즘도 버비가 로버트 H와 노는 걸 좋아하나요? 이만 글을 쓰고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이제 시간도 늦었고 여기 앉아 있느라 거의 얼어버릴 지경이에요. 사랑하는 당신을 잘 지켜주시길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조만간 우리가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버비에게 안부를 부탁하며,
 당신의 영원한 찰리가
편지 제공·번역=황순비(유엔기념공원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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