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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아, 가을인가)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아, 가을인가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10/27/ 조   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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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을인가

 옛말에 계절은 절기를 거스르지 못한다 했다. 어느 날 문득, 한낮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 처서와 백로를 지나며 아침저녁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들릴 듯 말 듯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소리가 귓가를 적셨다. 설핏 가을의 옷자락이 대문 앞에 어른거렸다. 오래 기다린 손님이 오신 듯 버선발로 내달아 흥감하게 맞았다. 아! 이제 가을인가. 유난히 덥고 힘들었던 여름이었던 터라 가을 손님이 더욱 반가웠다.
 가을이 당도한 것은 시장풍경에서도 알 수 있었다. 복숭아, 수박, 참외가 진열대 1열에서 뒤로 밀려나고 그 자리에 배와 사과가 소복하게 쌓였다. 제철 과일의 전성기를 알리는 풍경이다. 곧 추석이 가까우니 시장은 햇곡식과 햇과일들로 넘쳐날 것이다. 한여름 뙤약볕도 한풀 꺾여 순해졌다. 가을 햇살은 만물을 살찌우는 자양분이다. 어느새 뙤약볕이 햇살로 바뀌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계절이 바뀐 탓이리라.
 `가실'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가을의 경상도 사투리다. 예쁘고 옹골찬 과실(果實)들이 풍성할 것 같은 가을과 맞춤한 어감이라 더욱 좋다. 어릴 적 어른들은 사계절을 일러 봄 여름 가실 삼동이라 말했다. 내게는 익숙하고 정겨운 말 가실, 요즘엔 가끔 책에서나 볼 수 있을 뿐 들어 본지 이미 오래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감도 발갛게 영글어가고 화단에서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도 한껏 옥타브를 높여 가을밤을 노래한다. 월백풍청(月白風淸) 하니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 달은 환하게 빛나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오니 가을밤을 밝혀 책을 펼친다면 열대야로 뒤척인 여름밤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두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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