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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른 봄날에 생각나는 `엄마의 손맛)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이른 봄날에 생각나는 `엄마의 손맛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02/28/ 조   회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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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에 서서히 따스한 봄기운이 솟아난다. 양지바른 쪽 과수밭에서는 상큼한 봄나물들이 앞다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꽃샘 추위가 마지막 겨울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운 듯 찬바람을 뿜어내지만 이따금 따스한 햇살이 하늘거려 봄내음에 코끝이 싱그럽기만 하다.
 이맘때면 가끔 하품이 나고 노곤하며 나른한 몸은 힘이 빠지면서 창가 쪽에 앉아 있으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입맛도 떨어져 뭔가 입이 궁금하고 맛 나는 음식이 그리워진다. 묵은 김치가 괜스레 군내가 나는 것 같아 깔끔하고 정겨운 음식이 그리워진다. 옛적에 엄마와 외할머니, 언니와 나는 대바구니와 헌 운동화를 갈아 신고 호미와 헌 칼을 챙겨들고 외진 과수밭을 헤매고 다녔다.
 봄에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민다고 하는 쑥과 냉이, 씀바귀, 돈나물, 달래, 봄동, 미나리 등 정말 향기도 좋고 상큼한 맛 그 자체인 봄나물들이 잠깐만 수고하면 대바구니에 가득 채워졌다. 들깨 넣어 끓인 쑥국과 달래를 초고추장에 새콤달콤 무치고 봄동과 미나리를 섞어 무친 겉절이와 보리쌀 뜨물을 받아 끓여 식혔다. 여기에 돈나물, 물김치와 냉이를 삶아 콩가루를 뿌려 만든 찜, 씀바귀를 삶아 땅콩, 잣가루와 된장, 참기름을 골고루 넣어 조물락 무쳐 질퍽한 질그릇에 청국장 끓여 쓱싹 비벼 먹었던 그 봄나물 비빔밥은 내 나이 일흔이 넘도록 잊히지 않는 맛이다.
 아무리 엄마 맛을 내 보려고 해도 왜 나는 그 맛이 나오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도 어머니의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손맛일게다. 음식도 하루 이틀에 요리법이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고 긴 연륜을 쌓으면서 맛이 더해 가는 법이다. 이번 봄에는 가까이 사는 자식들 불러 손잡고 양지 바른 들녘으로 봄나물을 캐러 가야겠다. 옛날 어머니께서 해주신 그 맛을 음미해 가면서 나도 봄나물 반찬으로 가족들에게 모처럼 봄 선물을 해봐야겠다. 우윤숙(대연동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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