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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현장을 가다)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현장을 가다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6/03/ 조   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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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준 용돈 아껴 어려운 이웃들에 22년 반찬 나눔
대연4동 김순자씨 반찬 나눔

 "그러지 말고 반찬 좀 더 담아줘, 허허" "아이고, 다른 사람들도 줘야지, 얼른 가셔. 참, 어디 아픈 데는 없지?"
 두 어르신 간에 정이 듬뿍 담긴 `실랑이'가 펼쳐진다. 대연4동 김순자씨 집에서 매주 목요일이면 이렇게 `사람 향기'가 진동한다. 김씨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매주 밑반찬을 직접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올해로 22년째다. 김씨가 새벽에 만든 반찬은 오이소박이, 오징어진미채볶음, 감자볶음, 시래기국. 보기에도 맛깔스러워 이웃을 생각하며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김씨가 반찬 나눔을 시작한 계기는 24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어느날 길에서 쓰러져 있는 어느 중년의 남성을 발견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천성 탓에 부축해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집 안을 둘러보니 어렵고 딱한 형편이 한눈에 들어왔고 살아 온 사연을 들으니 가슴이 아파왔다. 이후 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대신 기초수급자 신청을 해주고 사비를 털어 전셋집도 구해줬다. 이 일이 계기가 돼 매주 밑반찬을 만들어 주게 되었고 반찬 나눔 소문이 동네에 알음알음 퍼지면서 시각장애인, 파킨슨병 환자 등 많을 때는 일곱 집의 반찬을 책임지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네 집으로 줄었다.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못하는 데는 그 역시 `삶의 벼랑' 끝에 서 본 경험 때문일지 모른다. 암으로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젊은 나이에 자식 9명을 먹여 살려야 했다. 그 중 넷은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었다. 지금과 달리 사회복지체계가 미흡하던 시절. 굶지 않으려면 뭐든 해야 했다. 작은 체구로 파출부부터 호떡 장사, 기사식당 설거지까지 안해본 궂은일이 없다고 한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지켜본 아홉 아이들은 간호사, 대기업 직원 등 한결같이 반듯하게 장성했다. 반찬 나눔에 들어가는 비용은 후원 등 외부 도움 없이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아껴 충당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시장에서 장을 봐 목요일 새벽에 반찬을 만들어 당일에 나눠주고 있다. 올해 74세로 힘에 부치는데다 다쳐서 잠시 쉬어볼까 했지만, 김 씨는 자신이 만들어 준 반찬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는 이웃들의 `아우성' 탓에 힘을 낸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반찬 인심은 후하지만 반찬 남기는 것은 못 본다"는 김씨는 혹여 반찬 종류가 비슷해 싫증이라도 느낄까 봐 명절이면 명절 음식, 복날이면 삼계탕을 준비할 정도로 메뉴 선정이 고민거리다.
 반찬으로 정을 맺어 오면서 세상을 떠난 이웃도 있고 자신 덕분에 몇년은 더 살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한 이웃도 있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힘닿는 데까지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22년째 어려운 이웃에게 반찬을 나눠주는 김순자씨가 반찬을 만들고 있다. 작은 사진은 김씨가 만든 반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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