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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니사의 알콩달콩 K-라이프)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니사의 알콩달콩 K-라이프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07/31/ 조   회 15
첨부파일
한국과 일본,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니사의
알콩달콩
K-라이프


 한국에 산 지 4년 만에 "한국사람 다 됐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TV홈쇼핑에 나오는 김칫국물 주르르 흐르는 빨간 포기김치를 보면 침부터 고인다. 비빔밥과 미역국, 사골곰탕을 챙겨 먹고 야식으로 끓이는 신라면의 유혹은 도저히 이겨내기 어렵다. 입맛만이 아니다. 한국의 정서 심지어 한국의 아픈 역사까지 동화돼 버렸다. 그래서 일까 여느 한국인들처럼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 한국사람들은 일본을 두고 `가깝지만 먼 나라'라라고 부르는데, 일본에 가본 적도, 일본사람을 만난 적도 없는 이방인임에도 나는 일본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랬던 나에게 일본인 친구가 생겼다. 한국어학당에서 만난 그 친구는 엄마는 한국사람, 아빠는 일본사람이다. 일본 내 다문화가정인 셈이다. 어릴 적 유치원 가는 길에 아빠가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유치원에 가면 한국어를 말하면 안 돼!"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할 것을 염려한 말이지만 친구는 이후 엄마에게서 배운 한국말을 쓰지 않게 됐다. 일본인에게도 한국은 `가깝지만 먼 나라'였던 것이다.
 그 친구 때문에 제3자적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세계사는 잘 모르지만 국경을 맞댄 이웃국가끼리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거의 모든 전쟁은 이웃국가 간의 갈등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에야 둘도 없는 우방국이지만 영국과 프랑스도 한때 백년 간 전쟁을 벌였다. 그에 반해 한국과 일본은 대한해협이라는 물리적 장벽 때문에(이방인의 시각으로 본 다면) 오천년 역사에서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제외하면 특별한 분쟁은 없어 보인다.
 부모나 형제를 입맛대로 고를 수 없듯 이웃나라, 이웃민족을 원하는 대로 고를 수는 없는 법이다.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인 두 나라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이웃이다. 얼마 전 배우 심형탁이 18세 연하 일본인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TV예능프로를 보았다. 나이 차이보다는 두 나라 사이에 놓인 역사의 장벽을 넘나든 사랑이라 더 애틋하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자 일본을 찾는 가장 많은 외국관광객이 한국인이고, 반대로 한국을 찾는 가장 많은 외국관광객이 일본인이라는 뉴스를 봤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환율 영향도 있겠지만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곧 있으면 제78주년 광복절이다. 일본인인 동시에 한국인이기도 한 그 친구와 언제고 독도 여행을 다녀올까 한다. 한국과 일본이 지금보다는 좀 더 가까워지기를 희망한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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