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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월남 깨소금과 커피)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월남 깨소금과 커피
작 성 자 관리자 등록일 2016/04/15/ 조   회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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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라디오 를 통해 신나게 울려 퍼질 무렵 뒷집 희야네 오빠도 돌아왔다.
국방색 깡통 몇 개와 가로세로 4cm 비닐 포장 된 물건을 인사차 가져왔는데, 희야와 나는 궁금한 나머지 얼른 비닐부터 개봉했다
곱고도 까만 가루, 만져 보고 입에도 넣어보았다.
"퉤 퉤! 퉤!!" 쓰기만 하다
"이기 뭐꼬?" 둘이서 갸우뚱 하며 분석에 들어갔다.
쓴맛과 탄맛. 아무리 생각해도 맛이 묘하다
"깨소금? 그래 깨를 태워서 곱게 빻으면 이렇게 되지." 
"월남사람들은 이렇게 해서 먹나봐."
이해하기 힘든 맛이지만 월남 깨소금이란 결론을 내리고 저녁 때 아버지께 보고했다.
"허 허 허, 커피라고 하는 거다." 아버지는 유쾌하게 웃으셨다. 읍내 다방을 자주 들락거리던 아버지는 다음날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 그 당시 카네이션이라 불리던 서울 연유(연두색 바탕에 소 그림이 있던 깡통)를 사오셨다. 
그날 이후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은 국민학생이 타주는 달콤한 커피를 먹게 됐다.
기숙사에서는 야간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시험 기간에 잠을 쫓으려 커피에 설탕, 프림을 섞어 만든 가루를 입안에서 녹여먹던 기억도 있다
직장 생활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기상이었다. 허겁지겁 사무실에 나와 빵과 커피로 허기를 채울때 쯤 교환 아가씨를 통한 엄마와 나의 통화 내용은 늘 이랬다
"밥은 묵었나?"
"아니, 빵하고 커피…."
"그래 커피라도 배부르게 무라."
그때부터였을까, 지금도 머그잔에 물을 가득 부어 먹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놀란다. 30년 전쯤 한번은 엄마가 신붓감 엄마와 신랑감 엄마를 대동하고 읍내 다방에서 맞선을 보며 커피를 시켰는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신붓감 엄마가 "아이고 씁다, 이기 뭐꼬?"하며 짜증을 내는 바람에 얼굴이 화끈하더라며 "부산에서 직장생활하는 딸아이가 있으면서 우째 커피도 한번 안 사줬냐"며 한숨을 쉬셨다.
결혼을 하고 내려 먹는 커피를 먹어야 될 때 쯤 백화점 아가씨의 권유로 향커피를 구입했다. 나름 폼나게 내리고 있는데 외국에서 살다왔다는 방문객이 주방에 들어오더니 "요즘 가는 집마다 향이 진동을 한다"며 향커피와 원두커피의 비율을 맞춰주고 향을 배제하는 방법까지 무안하지 않게 알려줬다.
한집 건너 커피집이라는 말처럼 대연동에 예쁜 카페거리가 곁에 있다. 유리창 너머 만남들이 보기 좋다. 커피는 언제 어떻게 먹어도 맛이 있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봄비가 자주 내린다. 따뜻한 믹스커피 한잔 들고 모처럼 희야 생각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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