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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77세 늦깍이 여고생 내년 대학생 됩니다)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77세 늦깍이 여고생 내년 대학생 됩니다
작 성 자 홍보담당관 등록일 2024/01/05/ 조   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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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늦깍이 여고생 "내년 대학생 됩니다"

용호동 이성분씨 7대 1 뚫고 부산경상대 수시모집 합격
`못 배운 한' 풀러 검정고시 거쳐 정규 중·고등학교 다녀


 용호동에 사는 이성분씨는 `여고 졸업반'이다. 학교 생활을 충실하게 해 최근 수시모집에서 7대 1의 경쟁을 뚫고 부산경상대 디지털공공서비스과에 합격했다. 내년 꿈에 그리던 여대생이 되는 그녀의 나이는 올해 77세이다. 공부가 `젊음의 묘약'이 되었을까. 희수(喜壽)의 나이에도 그녀의 일상은 늘 바쁘고 활기가 가득하다.
 그 시절 여자의 삶이 대체로 그러하듯 가난 때문에, 동생들 건사하느라 학교 문앞도 밟지 못했다.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이름 석자를 적지 못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서 한글을 배워 그나마 이름 석자는 쓸 수 있게 되었다. IMF외환위기를 앞두고 부산역 근처 검정고시학원을 등록해 4개월 만에 초등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나이 쉰줄에 받은 첫 합격증이었었다. 그러다 한동안 공부를 잊고 살다가 2020년 친구의 권유로 금정구 회동동에 있는 예원예자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여성 만학도를 위한 2년제(1년3학기제) 학교로 교육부가 학력을 인정하는 정식 학교이다. 배움의 한을 풀기 위해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늦깍이 주부들이 찾아온다. 태어나서 처음 가 본 학교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야간학교여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수업이었다.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통학에 한 시간이나 걸려도 힘든 줄 몰랐다. 중학교 졸업 후 다시 예원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해 얼마 전 졸업여행도 다녀왔다. 남편을 병원에 데려가느라 딱 하루 결석한 것을 빼면 4년을 개근했다. 학교 수업 외에도 틈날 때마도 영어, 일본어 등도 공부했다.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에도 붙었다. `학벌 좋은' 남편에게 기분 좋은 `복수'도 했다. "어느 날 남편이 제사를 지내다 축문에 모르는 한자가 있어 물어오기에 알려줬더니 그 다음부터 저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어요."
 올 초 용호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할 때였다. 같이 일하던 연배 비슷한 직원 한 명이 출퇴근명부에 서명 대신 늘 도장을 찍는 것이었다. 이름을 쓸 줄 몰라서다. 조용히 불러 이름 석자를 종이에 대신 써주고 집에서 100번만 연습하라고 당부했다. 다음날부터 그 직원은 도장 대신 서명을 했다. "제가 배운 것을 남에게 전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때로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공부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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