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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린 시절 추억의 빵집이 문을 닫았다)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어린 시절 추억의 빵집이 문을 닫았다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03/02/ 조   회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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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유 나
대연동 주민

 대연동에서 태어나고 자라 벌써 올해 43살이 됐다.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여전히 대연동에 살고 있다. 얼마 전 부산남구신문에서 하이밀과자점 노부부의 42년 빵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봤다. 하이밀빵집이라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그 곳이 아닌가! 어릴 적, 대연5동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 가기 전에 엄마 손을 잡고 자주 가서 빵을 샀다. 특히 소라처럼 동그랗게 말려있는 마요네즈빵을 좋아했는데, 결혼 후에도 남편과 함께 가서 사먹기도 했다. 그 사이에 빵 메뉴와 내부 인테리어가 많이 바뀌었지만, 언제든 가서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 든든했다.
 마지막 장사를 하던 지난 2월 6일, 그날 오전 7살, 4살 두 아들과 하이밀빵집으로 갔다. `친정아빠가 좋아하시는 팥빵이 있을까, 내가 좋아하던 마요네즈빵은 있을까, 이제 못 먹을 빵인데 많이 사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녹여먹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잘 안 갔는데 막상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아쉬움이 들어 조바심이 났다.
 못골시장은 양손에 아들 손을 잡고 길을 걷기가 복잡하고 힘들었다. 빨리 가고 싶은데 왜 이리 나를 막는 것이 많은지…. 더구나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두 아들은 이런 내 마음을 모른 채 "엄마, 저기 멋진 K5가 지나가요" "이건 형아가 좋아하는 차야" 등 지나가는 차에 오만 간섭을 다하면서 길을 걸었다. 드디어 하이밀빵집에 들어서려는데 빵이 있어야 할 가판대에 빵은 보이지 않고 빈 바구니만 있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몇몇 아주머니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빵이 나오려면 30분 정도가 걸린다며 그 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과 30분을 기다리는 건 안 되겠다 싶어 그렇게 기다리던 하이밀빵은 포기하고 가게를 나섰다.
 여사장님이 카운터에 계셔서 "그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맛있는 빵 팔아주셔서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는 말을 직접 전하고 싶었지만, 빵을 기다리는 다른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이렇게 지면으로 전한다.
 하이밀빵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내가 어렸을 때부터 먹고 찾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그 곳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다. 한 곳에서 42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다 문을 닫는다니 사장님 내외도 많이 섭섭하셨을 것 같다. 그 동안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을까 생각을 하다 친정 부모님이 생각났다.
 수영로 큰 길에서 부산공고 가는 골목 중간 삼거리에 있던 대연서점, 나는 서점 작은 딸이었다.
 친정 부모님은 1976년 서점을 개업하셨다. 서점은 매월 셋째 주 일요일을 빼고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문을 여셨다.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하는 사람들, 밤에 집에 가며 책을 사가는 사람들을 위한 영업시간이었다. 태풍이 오는 날에도 입구 쪽 셔터만 올려서 가게를 열었다.
 친정 부모님은 일이 있으시면 중학생이 된 나와 언니에게 한 번씩 서점을 맡기기도 하셨는데, 베스트셀러와 신간소설이 어느 책장에 있는지 알아서 손님이 와서 아는 책을 찾으면 무척 반갑고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열심히 운영하셨던 서점은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어 결국 2002년에 그만두셨다. 그 때 어떻게 그만두셨는지 나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26년간 하시던 서점을 그만두시며 많이 섭섭하셨을 그 마음을 왜 달래드리지 않았는지, 그 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부모님 덕분에 언니와 내가 이렇게 잘 자랐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가득한 하이밀과자점과 대연서점은 문을 닫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 추억의 가게는 어떤 곳이 될까.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가게가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아닌 동네 가게가 되길 희망한다. 부산남구신문의 `힘내세요! 남구의 소상공인'이라는 문구처럼 우리 동네의 소상공인이 힘을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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