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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현의 부산 유물이야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유현의 부산 유물이야기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07/04/ 조   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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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리아 장교클럽과 욱일기의 해프닝

유현의
부산 유물이야기


 부산시민공원은 미군 공여지를 반환받아 도심형 공원으로 탈바꿈한 전국 최초 사례로 꼽힌다. 공원은 과거의 역사 공간을 일부 보존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구상하였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경마장과 해방 후 미군부대의 흔적 등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공원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옛 캠프 하야리아 장교클럽이며, 2022년 시 기념물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도 올라 있다. 그러나 2014년 공원 개장 당시 공원역사관은 큰 역사적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의 발단은 언론에 보도된 장교클럽 관련 기사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대다수 기사는 `장교클럽이 일제강점기 경마장의 마권판매소로 사용되었고 천장에는 욱일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라는 것이었다. 그 후 한동안 시민들의 기억에서 잊혔으나 공원역사관이 오픈하면서 각종 신문에 `시민공원역사관에 욱일기가 웬 말', `일제가 의도적으로 욱일기를 새겨넣고 미군이 이를 사용했다'라는 새로운 기억의 재구성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자 욱일기 관련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일부 보훈단체에서는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시설 철거를 요구했다.
 부산시장과 학술기관, 시민단체에서는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고 역사적 사실을 확인한 후 다음과 같이 보훈단체를 설득하였다. 첫째, 당시 항공사진을 살펴보았을 때 장교클럽이 건립된 시기는 1949년 이후이므로 일제강점기 건물이 아니며, 마권판매소의 위치는 이 건물이 아닌 다른 장소로 확인된다. 둘째, 천장 가운데 새겨진 붉은 별과 십자가 문양은 미 8군의 공식 견장이며, 그 주의를 둘러싼 붉은 선은 장식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훈단체에서는 조금이라도 욱일기로 의심되는 문양이라면 공공기관 건물에 존치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차후 재논의를 위해 욱일기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천장 일부를 가리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1년이 흐른 후, 어느 노신사가 낡은 사진 한 장을 가지고 공원역사관으로 찾아왔다. 자신이 장교클럽 초창기 맴버로 일했으며 사진은 그와 동료들이 장교클럽이 지어진 1950년 1월에 찍은 기념사진이라는 것, 그리고 건물은 미국 민사처에서 지었으므로 일본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씁쓸한 순간이었다. 최근 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이 부산항에 입항하여 화제가 되었다. 또한 일부 시민은 아파트에 일장기를 걸어놓아 논란이 되었다. 우리의 기억은 언제 다시 재구성될 것인가?
부산박물관 전시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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