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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10/01/ 조   회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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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영업자의 영정사진 앞에서

김 옥 숙
자영업자·소설가

한 달 전 싼 점포를 구하러 다니다 공교롭게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우리 식당은 2년째 원격수업이 이어지고 있는 대학가에 있는 식당이라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26년 차 식당사장인 남편도 코로나 앞에서는 백기를 들어야 했다. 인건비와 높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홀 영업은 그만두고 배달 전문점으로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배달업도 피 튀기는 전쟁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코로나가 2년째 이어지면서 끝이 안 보이는 죽음의 행렬처럼 자영업자의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모든 죽음이 안타깝지만 `원룸 빼 직원 월급 주고 극단선택한 자영업자'란 제목의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죽음 앞에서도 직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지려 했던 그 숭고한 책임감이 눈물겨웠다. 코로나가 만든 이 지옥 같은 각자도생의 사회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극단선택을 한 그 자영업자는 영정사진 속에서도 앞치마 차림이었다. 앞치마를 입은 영정사진이 자영업자의 현재를 보여주는 참혹한 상징 같았다. 23년 동안 장사에 매여 제대로 차려입고 나들이 한번 못 갔을 자영업자의 고단한 삶이 읽혀 가슴이 아렸다. 그 사장님은 지인의 결혼식에도 앞치마를 입고 참석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기부와 봉사를 실천한, 인정 많았던 사장님을 극단선택으로 내몬 것은 무엇일까. 장사에 있어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23년차 식당 사장조차 한순간에 쓰러뜨린 건 무엇이었을까.
 2년간 이어진 코로나 방역정책은 위태롭게 버티던 자영업자들을 거대한 쓰나미처럼 휩쓸고 갔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자영업자조차도 한순간에 죽음의 낭떠러지로 밀어버렸다. 코로나 방역정책이 아니었다면 23년 차 사장님이 극단선택을 했을까. 이 사회가 자영업자에게 방역의 무거운 짐을 지워놓고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극단선택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극한상황이었다. 최저임금과 임대료와 세금, 각종 비용은 몇 배로 인상되었지만, 매출은 끝없이 추락했다. 겨우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이 사회는 방역의 짐까지 지웠다. 2년간 이어진 코로나 방역정책은 자영업자들을 가장 큰 희생양으로 삼았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을 순순히 따랐다. 일주일이면 끝난다고, 보름이면 끝난다고, 한 달만 지나면 끝난다고 믿으며 기다렸지만 거리 두기와 영업 시간제한은 2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묵묵히 참고 기다린 대가는 혹독하고 가혹했다. 2년 동안 이어진 거리 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은 자영업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을 박탈했다.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제물로 희생된 자영업자의 비통한 절규에 국가는 귀를 틀어막았다. 단결력도 약하고 노동자들처럼 영향력 있는 조직도 없는 500만 자영업자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자영업자들은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돈 한 푼 못 벌어도 빚을 내서라도 월급은 줘야 한다. 진상손님들은 점점 늘고, 코로나로 문 닫을 지경인데도 임대료 한 푼 안 깎아주고 오히려 올리는 건물주들도 있다. 방역지침을 어기면 손님은 10만 원 벌금인데 업주는 300만 원 벌금에 영업정지까지 감수해야 한다. 엄격한 방역지침으로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말살하면서 세금은 착실히 걷어가는 정부를 보면 이 나라는 자영업자를 위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영업자들은 노조 같은 단체도 없고 자영업자 보호법도 없다. 노동자도 아니고 사장도 아닌 자영업자는 우리 사회의 500만 경제주체이면서도 권리가 없다. 무거운 의무와 책임이라는 바위를 시지프스의 바윗돌처럼 굴리는 사람들이 자영업자들이다. 고용도 창출하고 세금도 착실히 내면서도 형을 사는 죄수처럼 의무와 책임뿐이다. 코로나 전쟁터의 자영업자는 조선 후기 소작농보다 더 못한 처지다. 10원 한 푼 아쉬운 마당에 오죽 답답하면 가게 문을 닫고 빗속에 차량시위를 하러 나서겠는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자신의 직원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려 했던 어느 자영업자의 죽음 앞에서 묻고 싶다. 국가는 자영업자를 위해서 책임을 다했는가. 늦었지만 자영업자 보호법과 손실보상법을 제정해 자영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영정사진 속에서도 앞치마를 입은 자영업자의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라면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자영업자는 버려진 국민이 아니라 이 나라 경제의 주체다.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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