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home 부산남구신문 > 오피니언
  • facebook
  • twitter
  • print
오피니언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모험 잃은 아이들에게 모험을 선물하자)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모험 잃은 아이들에게 모험을 선물하자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11/03/ 조   회 143
첨부파일
운전대를 잡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다. 몇 번 가 본 장소인데, 어느 길로 가야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GPS가 일상화된 이후 종종 겪는 일이다.
 영국 작가 마이클 본드의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이란 책을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다른 종족과 경쟁에서 최후 승자가 된 이유로 `길 찾기 능력'을 제시한다. 이 능력을 통해 우리 조상들은 식량의 위치를 알아내고 적의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생존에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그래. 우리의 유전자에는 `길 찾기 능력'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GPS가 없었을 때는 어설프게 그린 약도 하나만 있으면 찾아가지 못할 곳이 없었다.
 `길 찾기'라고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부르던 시절, 3학년 여름이었다. 날씨는 더웠고, 집에 있던 동생과 나는 심심했다. 부모님은 안 계셨다. 완벽한 타이밍. 나는 동생을 선동해 광안리 바닷가에 가기로 했다. 이전까지 우리 자매끼리 그 먼 길을 가 본 적은 없었다. 주머니에 동전 몇 개가 있어 힘들면 버스를 타면 될 터였다. 광안리 바닷가로 가는 모험의 첫 시련은 목마름이었다. 우리는 버스비를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쓰기로 했다. 백 원짜리 하드 하나씩 물고 바닷가로 향하는 자매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큰길로 나와 버스가 다니는 길을 따라 끝없이 걸었다. 그렇게 걸어 걸어갔는데, 어느 골목길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골목을 돌았더니 또 골목…. 바닷가는 나타날 기미조차 없었다.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식은땀이 났다. 울상이 된 동생을 달래며 어떻게 해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를 때 어떤 아저씨가 지나갔다. 덩치가 커서 다소 위협적인 느낌도 들었다. 당시 난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아이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은 결코 하지 못하는 아이. 그 아이가 아저씨를 뒤쫓아 가 등을 툭툭 쳤다. 그리고 간절히 물었다. "아저씨, 광안리 바닷가에 어떻게 가나요?"
 그렇게 광안리 바닷가에 도착했는지 못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르는 어른에게 말을 걸었다는 용기 있는 행동에 스스로 뿌듯했던 느낌은 분명히 남아있다. 길을 잃음으로써 한 뼘만큼 성장한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길 잃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부모라는 GPS'는 목적지까지 최단 거리를 알려주고, 모든 위험 상황을 예상해 피하도록 해 주며, 도착 시간까지 알려준다. 세상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라지만, 사실은 우리 아이들의 길 찾기 능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동화 작가들은 작품 속에서 아이들에게 길 잃을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모험 이야기는 `길을 잃는' 이야기다. 길을 잃어야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톰 소여의 모험' `사자왕 형제의 모험' `해리 포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왕자' 등등 좋은 모험 이야기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한 동화 작가들은 지금도 열심히 모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일찍이 박민규 소설가가 남긴 명언이 있다. `아이들은 경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모험을 통해 자란다. 모험하라. 모험이야말로 삶을 삶이게 하는 가장 큰 보험이다'
소설가·라디오 구성작가
목록

만족도조사 ㅣ 현재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편의성에 만족하셨습니까?

  • 5점(매우만족)
  • 4점(만족)
  • 3점(보통)
  • 2점(불만)
  • 1점(매우불만)

등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