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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08/02/ 조   회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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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8월이지만, 코로나로 피서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집에서 시원하게 즐기고 싶은 방법을 묻는다면, 섬뜩하고 오싹한 원작 동화들을 추천한다.
 행복한 상상을 하면 날 수 있는 순수 동심의 섬, 네버랜드는 동화 `피터팬'의 배경이 되는 판타지 공간이다. 이곳에 어른이 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른이 되는 건 규칙 위반이기 때문에 어른이 되기 전 모두 죽이기 때문이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가 아니라 피터팬의 원작소설 `피터팬과 웬디' 초판본에 분명히 적혀 있는 내용이다. 원작자인 J.M.배리 자료박물관 홍보실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실로 충격적인 설정에 말문이 막히지만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 디즈니로 대표되는 꿈과 환상의 동화들 원작은 대부분이 19금 버전이다.
 `신데렐라' 원작을 보면, 구두 주인을 찾는 과정에 피가 철철 흘러넘친다. 첫째 언니는 발이 커서 구두가 맞지 않자 계모는 엄지발가락을 자른다. 둘째 언니는 발뒤꿈치를 잘린다. `백설공주'에서는 악행을 저지른 왕비가 불에 벌겋게 달군 구두를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형벌을 받는다. 우리나라 전래동화도 다르지 않다. `콩쥐'는 원님과 혼인한 뒤 `팥쥐'를 죽여 젓갈을 담가 계모에게 보내는가 하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어머니는 왼팔 오른팔 왼쪽다리 오른쪽다리를 차례로 호랑이에게 처절하게 베어 먹힌다.
 남의 목욕 장면을 몰래 보고, 옷을 훔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강제 결혼까지 하는 `선녀와 나무꾼'은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범죄의 서사'다. 전래동화나 원작 동화들은 왜 이렇게 잔혹하고 섬뜩할까? 그건 어린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든 이야기가 아니고, 민간에 전해져 내려오는 어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서양 전래동화의 출처는 거의 프랑스의 샤를 페로나 독일의 그림형제다. 그림형제는 독일의 언어학자로 민간에 오래 떠돌던 이야기를 수집해 정리했다. 그 당시 시대상이 그만큼 가혹하고 잔인했다는 얘기다. 유럽에서는 과거 수 세기 동안 자식을 죽이거나 버리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전쟁이나 굶주림 등으로 고통받던 시기의 생활상이 이야기로 남은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잔혹함이 더욱 극대화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므로 전래동화를 액면 그대로 이해해선 곤란하다. 시대의 반영이라는 측면에 유의해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동용으로 다시 꾸며진 전래동화라 하더라도 시대정신과 맞지 않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부모나 선생님의 지도가 필요하다. 이 또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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