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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막걸리 한 사발에 추억이 두둥실)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막걸리 한 사발에 추억이 두둥실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1/08/02/ 조   회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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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50여년 전 얘기가 되는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나는 작은 산너머 논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새참 당번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보자기를 던져두고 삼거리에서 사온 노란 알루미늄 주전자에 고추와 마늘 몇 쪽에 고추장을 반숟가락 발라놓은 접시를 술잔 안에 넣고 뚜껑을 덮어 달랑달랑 들고 꼬부라진 들길로 향했다. 그런데 어느날, 술을 한 잔 정도 집에다 부어놓고 와야 걸어가면 주전자 아궁이로 쫄쫄 나오지 않는 것을 깜빡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부어서 버리자니 아깝고, 그래서 꼴딱꼴딱 먹고 몇 발자욱 걸어보니 아직도 빨리 걸으면 쫄쫄…. 꼴딱꼴딱 마시길 몇 차례, 아니 이걸 어떻게 하나?
 어린 마음에도 술에 취했나보다 싶어서 저기 아카시아나무 밑에 잠깐 누웠다 가면 되겠지 했는데 잠이 들고 말았다. 깨어보니 해가 서산에 뉘엇뉘엇 걸려 있었고 종종걸음으로 달렸더니 술이 반 주전자밖에 남지 않았다. 애타게 기다리시던 아버지께서 "야 이놈아! 목이 말라서 애비 숨막혀 죽을 뻔했다. 또 졸았느냐?" 흙탕물이 범벅이 되신 얼굴로 "아이구 시원하다. 이제 살았다" 하시며 마늘을 고추장에 푹 찍어 으적으적 씹으시며 트림을 걸걸 하시던 아버지. 지금은 농지정리가 되었지만 그때는 손바닥만한 논을 일일이 소를 몰아가며 허리 한번 펴시지 못하고 한 평생 자식 위해 고생만 하시다 가신 아버지, 정말 그립다. 술이라면 무조건 싫어하시던 어머니마저 이제는 돌아가시고 지금도 가끔 막걸리 병을 보면 `그래, 그때 저런 것이 있었다면 지게에 지고 가셨다가 도랑물에 푹 담궈 놓았다 틈틈이 드셨으면 좋았으련만' 생각도 해 보지만 그래도 그 옛날 부자간에 나눈 정에 비교할 순 없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그 시절의 정서는 돌아올 것 같지 않아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우정렬(대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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