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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현의 부산 유물이야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유현의 부산 유물이야기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05/01/ 조   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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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역관은 통역전문가이자 실무 외교관으로 통사(通事)라고 불렸다. 그들은 장기간 습득한 외국어 지식을 바탕으로 외교 사절단에 참여하였을 뿐 아니라 국내를 방문한 외국 사신의 수행 업무를 전담하였다. 결국 역관은 조선을 대륙과 해양으로 연결하는 실질적인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며, 여기에는 중앙의 역관뿐 아니라 부산 등 특정 지방의 하급 역관인 소통사도 포함된다.
 사진 속의 청년 박기종은 부산의 초량 출신으로 동래부 상인과 일본과의 상거래를 알선하면서 일본어를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에서 파견된 역관(통사)을 보조하는 동래부 소속의 하급 통역관인 소통사로 일하다가, 1876년 개항 이후 일본에 1차·2차 수신사를 파견할 당시 통사로 참여하면서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박기종은 항만을 총괄하는 부산항경찰관으로, 다대포와 영도의 수군첨절제사로 활동하다가, 마침내 중앙 외교무대에 진출하여 오늘날 외교부 차관에 해당하는 판리공사를 역임한 입지적인 인물이다.
 박기종의 초상사진(시 유형문화재 125호)은 그의 나이 37세, 1차 수신사(1876년)로 일본 동경을 방문했을 때 아사쿠사에 있는 대유원(待乳園)이라는 사진관을 직접 찾아가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시기 수신사 김기수의 사진(1876년)이 개항 초기 공식 외교관 사진임을 감안한다면 박기종의 사진도 이와 맞먹는 역사적 중요성을 띤 소중한 자료라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이즈음에는 기존 화원들이 그린 초상화를 대체하여 서양의 마법 기계인 사진기가 찍어낸 초상사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박기종은 초상사진 촬영을 위해 최대한 의관을 갖추었다. 갓을 단아하게 쓰고 대나무와 구슬을 꿰어 만든 갓끈을 왼쪽 어깨 쪽으로 살짝 흘려놓았으며, 갓끈 장식으로는 육각형 대모(거북껍질)를 달고 있다. 도포 자락 위에는 당시 무관이나 하급 관리가 주로 입었던 푸른색 쾌자를 걸치고 있다. 정면을 또렷이 응시하고 있는 그의 얼굴에서 새로운 시대를 향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실제 박기종은 대한제국의 자주경제 기반을 마련하고자 부산에서 배, 철도, 교육 사업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마침 부산박물관에서는 오는 5월 12일부터 2023년 특별기획전 〈조선의 외교관, 역관〉을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조선의 역관이 사역원(司譯院)을 통하여 양성되는 과정, 국가의 무역 사무를 처리함으로써 훗날 큰 갑부로 성장하는 모습, 역관들이 경험하고 깨우친 새로운 외국 정보와 문화를 통해 조선의 문학과 예술이 발전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전시 관람을 통해 드넓은 신세계를 향해 도전하였던 조선 역관의 뜨거운 열정과 방대한 외교 성과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부산박물관 전시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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