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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01/02/ 조   회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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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용
전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매일 아침의 해돋이에서 사랑을 배운다


 "왜 아침마다 해돋이 사진을 찍습니까?"
 오륙도가 빤히 보이는 곳에 살고 있어 필자는 매일 아침 오륙도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데,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면 늘 이렇게 반문한다. "밥은 왜 매일 먹지요?" "비 와도 학교(일하러)는 가지 않습니까?"
 2000년 1월 1일 새천년 해맞이는 양산 천성산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다하여 우리 일행은 승용차를 몰고 새벽길을 달려 대석마을 진입로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서둘렀는데도 이미 대석마을로 들어가는 긴 도로에는 수많은 차량이 정체되어 있고 늦게 온 사람들은 차를 아예 큰 길 도로에 세워 놓고 걸어서 천성산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어쩔 수 없이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차량 사이사이를 통과하여 군부대 도로변까지 걸어갔는데 픽업트럭을 몰고 마을 밖으로 일하러 가는 마을주민이 차창을 열고는 욕설을 했다. "야 이XX들아, 해 뜨는 거 처음 봐!"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情)이 많아서 정 떼려고 저러는구나 하고 한편으로 이해를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석연(釋然)하지 않은 반발감이 생겨났다. 매일 뜨는 해가 과연 똑같을까. 특별한 날이 아닐지라도 옛날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쳐다보고 살았다. 해는 우리에게 식량과 에너지를 주고, 달은 시와 문학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별은 죽음의 안식처를 제공해 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정이 많은 편이고 그러한 정을 끊으려고(滅情) 한평생을 고뇌하는 것 같다. 선진국 사람들은 비록 이기적이라고 놀림을 받을지라도 불필요한 정을 맺지는 않는다. 사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사람 사이 정을 맺으면 욕심이 생기고 의존적이며 부당한 부탁도 거절할 수 없는 비리가 발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한 평생 멸정하느라고 창의적(original)이고 역동적(dynamic)이며 섹시(sexy)한 사랑(love)을 해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기서 섹시란 고리타분한 꼰대의 반대말로 쓰였다. 매일 뜨는 해이기는 하지만 무심하게 넘길 수는 없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가까운 동쪽 해변으로 가서 아침 해를 관찰했다. 정말 장관이다. 태양에서 솟아나는 붉은 햇살이 우주를 물들일 때는 온 동네 사람을 다 깨우고 싶다. 머리가 환해지면서 모든 잡념 뿐 아니라 상상하는 꿈마저 하얗게 백지화 시킨다.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그날 뿐 아니라 매일 매일 밤잠도 깊이 잔다. 요즘 핸드폰 카메라는 성능도 좋고 기능도 다양하여 약간의 조리개 조절로 모든 해를 찍어 낼 수 있다. 해가 뜨기 전 검은 하늘이 푸르게 변하고 태양 주위가 햇살을 발산하면 푸른색과 붉은색이 조화되고 그 경계는 천국의 색, 보라색이 된다. 오메가 형상의 아침 해를 보면 부글부글 끊는 바닷물이 태양과 야합하는 듯 하다. 태양 자체는 변함이 없겠지만 태양으로 인해 찾아드는 인파도 있고 녹색의 식물들도 있고 푸른 바다는 말할 것도 없고 매일 매일 시시각각 변모하는 안개도 구름도 있다. 주변을 고려한다면 하루도 똑같은 장면이 있을 수 없다. 구름 위로 햇살을 받으며 행진하는 수많은 아프리카 야생동물들이 들판을 걷는가 하면 영화 닥터 지바고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리가 전철을 타고 가는 라라를 발견하고는 뒤쫓아 가다 쓰러져 죽는 쾡한 눈을 가진 유리의 형상이 수평선을 가로지르며 솟아났다 사라진다. 영화 벤허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가는 일대 군마가 구름 위에서 바람을 타고 몰려간다. 라라랜드가 펼쳐지기도 한다. 점차 실물보다 더 나은 사진이 찍히기 시작한다.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늦게 도착하면 그때까지 해가 기다리고 있다, 상상으로 그려 본 장면이 펼쳐진다.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상한 구름은 나의 유전정보체에 맞춰 춤을 추고 형상을 만든다. 아침 해돋이 영상은 아날로그 메타버스(metaverse)가 된다. 밴드나 카카오톡에 올려보면 현저하게 이모티콘이나 댓글의 숫자가 증가한다. 새롭고 역동적이며 섹시하기까지 한 아침 해돋이는 자리이타(自利利他)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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