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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3/02/01/ 조   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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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사는 모습은 다르겠지만 잘 먹고 잘 자고 화장실도 원만하게 갈 수 있어야 남들 다 하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남부럽지 않게 이루어진다. 식사 시간을 지키고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비나 설사가 있으면 먹기가 두려워지고 화장실이 무서워진다. 배변 조절이 평온한 일상생활 영위에 아주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 항문가려움증이다. 평소 지저분한 것을 유달리 싫어하거나 티끌 하나조차 눈에 거슬리는 성미가 지나쳐 항문까지도 깨끗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 항문을 열심히 세정하는 정도를 넘어, 죄 없는 화장지에게 화풀이를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탈이 났음을 알리는 `빨간 신호등'이 켜진다. 처음에는 좀 따가운 듯 하다가 언제부터인지 항문이 가렵고 스멀거려진다. 요충인가 싶어 약국에서 기생충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고 항문이 시원해질까 싶어 소금물에 푹 담갔다가 경을 치기도 한다. 대장의 탈이 의심되어 대장내시경도 해보고 치질인가 싶어 연고도 발라 봐도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화장지로 성에 찰 때까지 과다하게 뒤처리를 하다보면 연약한 항문 점막 조직이 손상돼 다시 재생되는 과정에서 가려움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깨끗함이 더러움보다야 백배 낫지만 예외도 있다. 항문은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 흡수 후 남은 찌꺼기를 냄새 나는 변으로 체외로 배설하는 곳이니 다른 신체 부위와 달리 지저분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손이나 얼굴처럼 관리하려고 하니 탈이 나게 마련이다. 깔끔떠는 성격이나 결벽증 또는 강박적인 성격인 경우 항문을 내버려두질 않는다. 그렇다 해도 적당히 타협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고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도 되는데, 내놓고 의논할 화제거리도 아니고 의논할 상대는 더욱 없다.
 조금만 심적 여유를 가지면 만족스럽게 세정할 방법은 있다. 다만 신체 중 항상 노출되는 얼굴이나 손처럼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배변 후 애꿎은 화장지에게 화풀이하지 말고 적당히 뒤처리하고 바로 샤워하기를 권한다. 샤워기를 이용해 흐르는 물로 비누나 세정제와 함께 가볍게 씻어내면 항문 점막 조직의 손상 없이 세정할 수 있다. 배뇨 시기는 조절하기 어려워도 배변 시기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으니 쫓기는 출근 전 보다는 귀가 후 화장실을 가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로울 것이다. 집 수리나 인테리어 작업은 하수도 공사부터 먼저 한다고 한다. 전쟁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퇴로부터 먼저 준비하지 않는가. 청결문제에 관해서 심적 여유를 가지자. 화장실이 편해야 식탁이 즐거워진다. 장동한 장동한학문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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