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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륙도 칼럼-이방인 범죄를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과 실체)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오륙도 칼럼-이방인 범죄를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과 실체
작 성 자 문화체육과 등록일 2017/12/27/ 조   회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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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범죄 증가 알고 보면 `부풀려진 통계'
인종·국적보다는 사회·경제적 신분과 상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 업무를 담당했던 분이 최근 필자가 다니는 대학의 융합보안학과에 교수로 임용됐다. 그 교수 주변에는 재미있는 사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 "컴퓨터가 일상화되어도 협박편지는 아직도 손글씨가 많아요. 필체 때문에 금방 잡힐 위험이 있는 데도 말이죠."
 협박편지를 타이핑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컴퓨터가 부팅되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져 범죄를 포기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범죄로 이어지는 협박편지는 육필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해주었다.
 "예전과 달리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범죄도 늘었어요. 그래서 외국인의 필체를 프로파일링할 경우가 생겼습니다. 외국인의 글씨체가 한국인과 다른 걸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미국 유학 시절 미국인들이 쓴 글씨체를 보면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쓴 영어 알파벳과 달리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글자를 아주 통통하게 쓴다. 미국 생활을 조금만 해도 글씨체로 한국인과 미국인을 구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정도다.
 "외국인 범죄가 많아진 걸 피부로 느낄 정도였나요."
 외국인 범죄라는 주제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오원춘 사건이 연상된다. 최근에 본 `청년경찰'과 `범죄도시'와 같은 영화도 연이어 떠올라 김 교수에게 물었다. "그다지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전과 비교하면 늘었죠."
 당연한 대답일 것이다. 한국인의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 주민은 계속 증가 추세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체류 외국인주민은 205만 명가량이다. 통계청은 몇 해 전 미래인구추계에서 2018년 인구절벽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올해 발표에서는 14년 뒤인 2032년 인구절벽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이주에 의한 인구의 사회적 이동으로 인구절벽이 연기된 셈이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범죄 피의자 숫자도 한국인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3388명인데 비해 외국인의 경우 1585명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외국인이 살지 않을 때는 외국인 범죄가 없었지만 외국인이 한국사회에 유입되었기 때문에 외국인 범죄가 생겼을 뿐 범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오원춘 사건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등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커지는 것 같다.
 인간은 자신을 대변해줄 시스템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인 감독이 한국 자본을 바탕으로 `청년경찰'과 `범죄도시'를 만들어 흥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외국계 이주민이 메가폰을 잡는다면 어떨까. 한국사회에서 외국인이 어떻게 범죄 피해자가 되는지 보여줄 것이다. 더 나아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국인을 신나게 혼내주는 액션영화를 선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한국인이 쌍코피 흘리는 그런 영화를 한국인이 선뜻 돈을 내고 볼지 의문스럽지만 말이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조선족 이주 노동자의 노동형태는 매우 특징적이다. 조선족 여성은 가사도우미, 간병인, 식당 종업원, 청소원과 같은 돌봄 노동과 감정노동에 종사한다. 조선족 남성은 산재위험이 높고 노동 강도가 높은 업종에서 일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범죄자들은 어떤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일까. 강력범죄와 폭력범죄 두 영역 모두에서 무직자가 1순위였다. 한국인도 무직자 및 특정 직업군이 범죄와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국적보다는 사회경제적 신분이 범죄율과 상관이 있는 셈이다.
 외국인도 사람인데 너그러운 사람도 있고 고약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외국인이 있으면 외국인과 관련된 범죄도 발생할 것이며, 범죄 피해자도 있고 피의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계 수치가 보여주듯, 인구 대비 외국인의 범죄율은 한국인 범죄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필체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다양성과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이주민과 우리의 모습을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 형 숙(서원대 교수·`다문화 톨레랑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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