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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 전세계 흩어진 6·25 기록물 남구로 모아야
작 성 자 문화체육과 등록일 2017/05/24/ 조   회 421
첨부파일 오륙도칼럼.png (159 kb)

오륙도 칼럼 - 전세계 흩어진 6·25 기록물 남구로 모아야

 

  스웨덴병원 통해 `부산의 잃어버린 퍼즐' 발견
  기록의 부재와 방치가 `잊힌 전쟁' 부채질
 `역사 갈무리' 부산과 남구의 권리이자 의무

 

 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이하 스웨덴병원)은 1950년 9월부터 1957년 4월까지 부산 서면과 남구 일원에서 의료구호활동을 펼쳤다. 순수 민간 자원봉사자로 꾸려진 의료진은 이 기간 유엔군, 국군, 북한군, 중공군 등 20개국 군인들과 부산시민 등 200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세계사적 구호활동임에도 안타깝게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역사를 기록하고 전수하지 않은 탓이다.
 "지금 국내에서 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을 가장 잘 아는 세 사람이 모였네요." 지난 6일 김해공항 국내선 대합실. 하병엄 학예연구사(부산시 피란유산등재팀)의 말에 필자가 멋쩍게 웃었다. 제주에서 항공편으로 김해공항에 막 도착한 박지욱 원장(신경과 의사)을 만나는 자리였다.
 부산 출신의 박 원장은 서면에서 스웨덴참전기념비를 우연히 본 것이 계기가 돼 스웨덴병원과 의료진들의 활동을 논문으로 정리해 2010년 학술지에 기고했다. 2008년 작업에 들어가 논문 탈고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그는 자료 수집을 꼽았다. 국내에 기록이 없는데다 정리가 되어 있질 않아 자료를 찾아 스웨덴까지 가야 했다. 그렇게 탄생한 20장 짜리 짧은 논문은 스웨덴병원을 조명한 최초의 보고서로 대접받고 있다.
 지난해 6월, 필자는 박 원장의 논문을 토대로 본지에 `스웨덴병원 특집판'을 게재했고 부산시가 이 기사에 주목하면서 60년간 덮여 있던 스웨덴병원의 커튼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시는 참전 의료진들의 개인 앨범에 있던 미공개 사진물을 입수해 오는 8월 18일(임시수도 기념일) 사진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공항에서 만난 박 원장은 논문 작성 때 확보했다는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CD 한 장을 건넸다. 거친 화질, 불안한 앵글로 보아 파송 의료진 가운데 한 명이 추억용으로 촬영해 훗날 따로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상은 놀라웠다. 그 속에는 1950년 가을부터 겨울 사이 부산의 생활상과 풍경이 담겨 있었다. 선상에서 담은 오륙도, 수영비행장을 뜨고 내리는 수송기, 번화가의 초밥집, 광안리 바닷가와 황령산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의료진 등등. 마치 피란수도 부산의 잃어버린 퍼즐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여기서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부산의 기록물이 이게 다일까. 스웨덴병원은 7년 가까이 부산에 주둔하면서 1,000명이 넘는 스웨덴인들이 파송됐다. 이번에 사진전을 위해 부산시가 확보한 기록물은 스웨덴 현지에 잠들어 있을 `보석'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전으로 만족하고 끝낼 사안이 아니다.
 스펙트럼을 좀 더 멀리 넓힐 필요가 있다. 지난해 4월 그리스 부부 참전용사가 유엔평화기념관에 한국전쟁 기념품 두 점을 기증한 적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부부는 사재를 털어 외딴 그리스 시골 마을에서 10년 가까이 한국전쟁 개인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들이 입었던 군복부터 지프차, 소총, 무전기 등 한국전쟁 관련 400여점을 수집해 2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구순 참전용사의 가장 큰 고민은 `머지않아 자신들이 죽고 나면 유물 관리를 누구가 해 줄지'이다.
 한국전쟁을 두고 `잊힌 전쟁'이라고 부른다. 기록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전세계에 흩어진 6·25기록물들을 수집, 보존, 관리해야 한다. 21개국 참전국은 모두 부산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고 부산을 통해 본국으로 철수했다. 한국전쟁의 역사를 갈무리하는 것은 부산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현 시점에서 유엔평화문화특구를 품고 있는 남구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게 요구된다. 고령의 참전용사들은 한결같이 `생존 절벽'에 놓여 있다. 우리에게 허락된 물리적인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역사가 휘발되기 직전에 놓여 있다. 급하다.


 김성한(부산남구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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