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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 에세이 - 병아리, 그 여리고 소중한 생명)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독자 에세이 - 병아리, 그 여리고 소중한 생명
작 성 자 문화체육과 등록일 2017/05/24/ 조   회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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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나절 알을 꺼내려 하자 암탉이 양쪽 날개를 부풀리고 눈을 부릅 뜨고는 `꼬오꼭 꼬오꼭' 소리를 냈다. 녀석이 내 손을 쪼으려해 무서워 알을 꺼낼 수가 없어 결국 엄마가 닭을 내쫓고 알을 내왔다. 닭들은 알만 낳으면 몇 날을 품고 앉아 있다. 둥그란 달걀은 암탉이 되고 긴 달걀은 수탉이 된다. 21일 동안 스무개의 알을 기도하듯이 꼼짝 않고 알을 굴려가면서 품고 하루에 한번만 밖으로 나온다. 날개를 푸다닥 거리며 소리를 지르면서 나온다. 이때 얼른 물과 먹이를 준다. 주로 밀알을 주면 한참 먹는 동안 바깥쪽 알을 안쪽으로 바꾸어 놓는다. 가끔 어미닭을 도와주기도 했다. 열이 고루 전달되게 암탉은 물똥을 많이도 싸놓고 다시 알을 품는다. 21일이 지나면 병아리가 나오는데 하루나 이틀 전부터 삐약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신기했다. 주둥이로 껍질을 깨 금을 내면 엄마닭이 도와줬다. 어느 병아리는 비실거리고 졸기도 하는데 따뜻한 아랫목에 솜으로 덮어 한나절을 두면 바로서 일어나기도 했다.
 아침 저녁으로 마당 햇볕 좋은 곳에 내 치마에 받아 조심조심 살살 내려놓았다. 그 작은 발가락의 간지럽고 보드라운 움직임은 세상 어느 것과 비교 할 수 없었다. 처음 태어난 병아리들에게는 며칠은 참깨를 주고 다음은 좁쌀, 그 다음은 싸레기를 물에 불려서 줬다.
 요즘 닭들이 병이 잘 걸리는 원인 중에 하나가 비좁은 공간에다 층층이 꼼짝 못하게 박혀 있듯 키운 탓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번은 닭장에서 내놓았다. 마당에 나와 화초에 새싹을 쪼아 먹거나 지렁이를 물고 다니며 서로 빼앗기도 했다. 흙속에 작은 벌레도 쪼아 먹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푸드덕 날기도 했다. 여름이 되면 물에다 예방약을 타 먹이고 닭 한마리 한 마리의 주둥이를 벌여 마늘조각을 일일이 먹이던 기억도 난다. 옛 추억을 떠오리며 닭들이 좀 더 나은 공간에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전경임(감만동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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