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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펠레의 가출에서 떠올린 옛 추억
작 성 자 문화미디어과 등록일 2022/11/01/ 조   회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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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가을빛이 완연한 요즘, 가출하기 딱 좋은 날씨다. 일상에 지칠 때면 잠깐 생활공간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함께 부대끼는 가족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라면 더더욱 가출이 요구된다.
 아이도 가출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억울하게 꾸중을 듣거나 틈도 없이 잔소리하는 엄마에게 지쳤거나 내 마음을 너무도 몰라주는 부모가 원망스러울 때.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가출이 어렵다. 온통 위험한 것투성이인 바깥세상으로 함부로 나갈 수는 없다. 마음만 클 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난 뭐든지 할 수 있어'에 수록된 `펠레의 가출'이라는 동화가 있다. 만년필을 가져갔다고 오해하는 아빠와 아빠를 두둔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워 펠레는 마당 앞 장난감집 `하트의 집'으로 가출한다. `하트의 집'에서 머무는 30분 동안 아빠 엄마가 뭘 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펠레는 아빠 엄마가 슬퍼서 울고 있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집에 가고 싶지만 마땅한 핑계가 없다. 그 때 떠오른 절묘한 아이디어. "엄마, 나한테 크리스마스 카드가 오면 우체부 아저씨한테 내가 이사 갔다고 얘기해 주실래요?"
 그러겠다고 답한 엄마가 말을 이었다. "아빠랑 나는 여기 앉아서 크리스마스 이브 내내 울 거야. 촛불도 안 켤 거야. 우리는 펑펑 울 거야."라고. 펠레는 아빠 엄마가 불쌍해 가슴이 찢기는 아픔과 슬픔을 느낀다. 펠레는 한바탕 눈물바람을 한 뒤 비로소 가출을 마치고 집에 안착한다.
 가출했던 30분. 펠레는 마음의 폭풍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아빠 엄마에 대한 미움, 원망, 복수심, 그런 마음으로 인해 생기는 슬픔과 속상함,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랑하는 아빠 엄마가 생각나면서 느끼는 그리움, 보고픔, 안쓰러움까지, 그런 감정들을 겪고 나면 결국 부모의 사랑에 가닿는다.
 펠레의 가출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내 가출을 소환했다. 아이들과 놀다가 해가 진 후 집에 들어간 어느 날. 그날따라 날카로웠던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눈물이 쏙 빠지게 꾸중했다. 잘못했다는 건 알지만, 괜히 억울하고 서러웠다. 설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집을 나갔다. 옥상에서 잠깐 웅크리고 있다 돌아왔던 것 같은데, 세부적인 것들은 생각이 잘 안 나지만, 그날 감정의 폭풍우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문득 내 아이의 마음이 궁금했다. 아빠 엄마로부터 야단을 맞아 속상했던 적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가출하고 싶은 적 없었어?"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당돌하게 대답했다. "그런 적이야 많지." "그런데 왜 가출 안 했어?" "가출하면 나만 손해인 걸. 갈 때도 없고. 집을 나가야 한다면 잘못한 아빠 엄마가 나가야지." "그럼 가출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는데?" "헤드폰 끼고 음악 크게 듣지. 노래도 따라 부르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요즘 애들은 확실히 현실적이구나' 싶으면서, 사회가 워낙 험악하니 가출보다 음악을 택하니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잠시의 가출이 주는 깨달음을 생각하면 뭔가 아쉽기도 했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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