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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7/30/ 조   회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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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흔셋인 나는 `캣맘'이다. 27년째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을 자식처럼 돌보고 있다. 나는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흔히 `고양이는 요물이다', `눈이 무섭다'고 말하는데 나 역시 그러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는 쥐 잡는 용도 정도로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내 인생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27년 전 아들이 수컷 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 한 마리를 집에 데려온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게 왜 데려왔느냐"며 화를 냈지만, 며칠 안 돼 나는 소위 `고양이 집사'가 되고 말았다. 녀석의 이름은 `복돌이'였는데 똘똘하고 사람에게 붙임성이 좋아 아기처럼 안아 달라 조르고 강아지처럼 사랑받고 싶어 애교를 부렸다. 그런 모습에 그동안 알아왔던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일순간 사라졌다. 그렇게 소소한 기쁨을 느끼며 평생 같이 할 줄 알았던 복돌이는 복막염이 걸려 1년이 안 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딸과 함께 복돌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엉엉' 소리 내 울었다. 당시는 고양이 전문병원이 없어 복돌이를 고통 속에서 죽게 한 것 같아 오랫동안 힘들었다. 복돌이에 대한 죄책감이, 또 못다 준 사랑이 마음 속 슬픔으로 남아 내가 캣맘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처음부터 캣맘이 되려 한 것은 아니었다. 복돌이 이후 분양 받은 수컷 고양이와 어쩌다 우리집에 오게 된 암컷 길고양이 사이에서 아기 고양이 8마리가 태어났다. 그러면서 점차 집 주변을 배회하는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집에 있던 사료를 조금씩 챙겨주면서 자연스럽게 캣맘이 되었다. 길고양이 몇 마리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었지만 굶주리고 병들고 사람들로부터 학대 당하는 고양이들이 계속 눈에 밟혔고 그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내가 유별나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 상황을 목도한다면 나처럼 캣맘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록 짐승이지만 아주 참담한 상황에 놓인 고양이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그동안 버려지고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을 구조하면서 아이들의 쉼터를 마련했다. 첫 인연을 맺은 복돌이를 떠올려 `칠라 쉼터'라고 이름 지었다. 그렇게 칠라 쉼터를 운영한지 스무 해가 훌쩍 넘었다. 처음 우암동 자택을 쉼터로 사용하다가 4년 전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지금은 남구 모처 단독주택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쉼터에는 50여 마리가 생활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원체 얌전하고 조용해 주변 이웃들도 그 집이 고양이 쉼터인지 모를 정도이다.
 쉼터에 있는 고양이는 대부분 나이든 노묘들로 그 중 두 마리는 20년째 지내고 있다. 여태 수백마리 길고양이를 구조했는데 용모가 출중하고 품종이 좋은 어린 고양이들은 서로 분양 받으려 하지만 늙고 병든 고양이들은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쉼터에서 머물다 생을 마감한다. 그런 녀석들은 전문업체에 맡겨 고이 화장을 해 내 가슴 속에 묻었다.
 쉼터에 있는 고양이 관리뿐 아니라 이틀에 한번 꼴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러 다니는 것이 20여년 일상이 되었다. 현재 재개발 지역 등 남구 내 25곳에 밥자리를 챙겨주며 길고양이들을 돌보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는 한번 다녀오면 파김치가 되고 만다.
 캣맘으로 살려면 경제적 압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고양이 사료값으로 한달 100만원 이상 들어간다. 구조한 고양이들 대부분은 건강 상태가 매우 열악해 치료비가 버거운 수준이다. 언제는 한 마리 치료에 500만원이 들어간 적도 있었다. 구조된 길고양이는 반드시 중성화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모두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 처음에는 돈 버는 남편에게 손을 벌렸고 이후에는 장성한 아들과 딸이 비용 일부를 보태주었다. 근래 아들 사업이 어려워져 사료값이 부족하면 주변 지인에게 부탁하고 있다. 외부 후원도 일부 있지만 간헐적인데다 액수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어느덧 나도 나이가 일흔이 넘었고 이곳저곳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 5년 전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치료가 필요했지만 매일 나를 기다리는 고양이들이 떠올라 입원을 포기하고 통원치료만 겨우 받아야 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하며 의아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캣맘으로 산다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만으로 부족하다.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과 경외심 그리고 희생정신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뜻있는 이가 나타나 바통을 잇는다면 나의 소임을 맡기고 싶다. 그전까지는 불쌍한 생명을 돌보는 일에 남은 삶의 사명으로 여기며 살 것이다. 이렇게 구조와 입양을 반복해도 유기묘가 계속 생겨나는 안타까운 현실에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다.
`칠라 쉼터' 할머니
*길고양이 보호소 `칠라 쉼터'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분은 부산남구신문 편집실(☎607-4077)로 연락바랍니다.

우리 엄마
고생 많다옹∼
고맙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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