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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7/30/ 조   회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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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집사로 만드는 `냥이의 마법'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왔다. 5월 5일생, 몸무게 470g, 키 22㎝. 눈 뜨기도 어려워 보이는 여리여리한 녀석, 별이.
 생명을 거두는 일의 엄중함을 잘 아는지라 고양이를 들이기까지 고민이 깊었다. 몇 년 째 `고양이 키우자'고 졸라대는 딸아이의 요구에 "엄마 아빠가 바빠서 돌볼 수가 없다." "잘 못 돌봐서 큰일이라도 나면 어떡하냐?" "돈도 많이 든다." "만약에 건강이 나빠져 이별을 하게 될 때를 생각해라!" 등등 수많은 핑계를 댔다.
 하지만 이런 핑계들은 별이가 우리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단번에 무너졌다. 동생이 딸아이에게 줄 선물이라며 고양이를 데려온 것이다. 초롱초롱한 두 눈, 말랑말랑한 젤리 발바닥, 상투과자만한 작은 얼굴. 그만 사랑에 빠져버렸다.
 첫날, 녀석은 털이 푸석하고 눈이 퀭했다. 너무도 작고 여려서 손으로 잡기도 조심스러웠다. 숨을 쉴 때마다 들썩이는 등을 보면 애처로웠다. `이 녀석이 계속 살 수나 있을까?' 내 안의 모성본능이 깨어났다.
 이튿날, 녀석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와 눈을 맞추었다. 캐리어에 들어가 얼굴을 빼고 눈을 껌뻑거리기도 했다. 마치 만화영화 슈렉에 등장하는 고양이처럼. 귀여움이 폭발했다.
 사흘째, 녀석이 배를 뒤집으며 재롱을 부리고, 장난감 물고기를 쫓아다녔다. 마구 근육을 움직이며 남성미를 자랑했다, 우리는 그 모습에 심쿵했다.
 매번 색다른 매력을 발산해서 단 사흘 만에 우리 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양이가 인간을 집사로 삼아 지구를 지배한다는 이론은 음모가 아니었다.
 반려동물이라면 손사래를 치던 사람이 `냥이빠(냥이와 사랑에 빠짐)'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짐)'가 되었다는 증언을 주변에서 숱하게 접했다. 냥이의 마법이다.
 냥이의 마법에 빠진 작가들은 수없이 많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여섯 개의 발바닥을 가진 고양이 `스노우볼'을 키웠다. 귀염둥이 스노우볼을 위해 집 마당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구조로 개조했다. 글을 쓰고 있을 때 타자기에 올라가 훼방을 놓더라도 혼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너무도 사랑했던 고양이 `밥'이 죽자, 앞발 하나를 잘라 박제해 편지 개봉용 칼에 장식용으로 붙였다. 밥을 추모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빨간 머리 앤'의 작가 몽고메리는 `진정한 동물은 고양이, 그리고 진정한 고양이는 회색 고양이'라는 문장을 남겼고, 영어사전을 처음으로 편찬한 시인 새뮤얼 존슨은 고양이 호지의 밥을 직접 사러 나갔다. 고양이 밥이 그가 한 유일한 쇼핑이었다.
 귀차니즘이 온몸에 밴 내가 별이 수발을 들면서 부지런해지는 것 역시 냥이의 마법이 아닐까 한다. 박미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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