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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기기증, 내 가족 지키는 `생명 우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장기기증, 내 가족 지키는 `생명 우산'
작 성 자 관리자 등록일 2016/04/15/ 조   회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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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재 본

 주위에서 장기기증이나 인체조직기증을 권유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맨 먼저 드는 느낌은 `두려움'일 것이다. 좋은 일이긴 하나 왠지 머뭇거려지고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 두려움은 촌음을 다투는 `절박함'으로 바뀌게 된다.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은 현재 심각한 수급 불균형 상태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이식희망자는 2만4857명인데 반해 기증자는 2418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한 명이 새 삶을 얻었고 아홉은 여전히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뜻이다. 장기이식 평균 대기기간은 3년 5개월. 중증이거나 말기 환자는 좀체 기다릴 수 없는 잔인한 시간이다.
두렵다고 외면할 수 없는 일
 장기기증이란 다른 사람의 장기 등의 기능회복을 위하여 대가 없이 자신의 특정한 장기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신장, 간장, 췌장, 폐장, 심장, 각막 등 최대 9명에게 기증이 가능하다. 반면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뼈, 연골, 근막, 양막, 피부, 인대 등을 필요한 환자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어 주는 것으로 최대 100명의 환자에게 삶의 희망을 퍼뜨릴 수 있다. 
 뇌사기증과 사후기증은 많은 시민들의 동참이 절대적인데 사회지도층이 앞장서면 기증의 인식전환과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간이식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국민들에게 장기기증을 호소해 미국민들이 적극 동참한 적이 있었고 2009년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기증에 감동 받아 많은 국민들이 장기기증등록에 참여한 적도 있다.
 국내 장기기증희망 등록자는 현재 115만 명을 넘어섰고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필자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부산시민의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시민이 84.8%로 나타났다. 부산시민의 생명나눔문화 활성화의 잠재력은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기증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인식 나아졌어도 갈길 멀어
 장기기증 희망이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은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장기기증희망등록제도는 법률적으로 강제성을 두지 않아 기증서약을 했더라도 보호자나 가족이 반대하면 기증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증서약을 하게 되면 꼭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본인의 의사를 평소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의 선진국인 프랑스의 장기기증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선진 장기기증시스템을 경험하고 다양한 자료들을 습득하게 되었는데 프랑스 국민 47.8%가 장기기증희망등록 서약자라고 한다. 선진국일수록 장기 기증이 두려운 일이 아니라 자랑스럽고 성스러운 희생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여전히 왜곡된 편견과 두려움에 장기기증의 꽃을 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식의 유교적 사고관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필자와 친분이 깊은 지인이 계단에서 넘어져 뇌사 판정을 받은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계단을 오르다 일어난 사고였다. 유가족은 평소 고인의 뜻을 존중해 장기기증을 허락했지만 이 사실을 주위 친지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비명횡사한 것도 모자라 몸까지 훼손하느냐"는 눈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장기기증을 기증자가 아닌 수혜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얼마나 거룩한 봉사임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최선의 장애인 예방정책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는 장애인 복지에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지만 실상 장애인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정책에는 미흡하지 않나 싶다. 장기기증이나 인체조직기증 활성화가 장애인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의식전환 외에도 장기기증이 활성화되려면 신뢰할 수 있는 관리체계와 함께 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증자 추모공원 건립이나 공익적 홍보활동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할 것이다. 
 비록 사후라고는 해도 내 몸에 메스를 대는 걸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기증은 인간이 인간에게 전하는 가장 성스럽고 고귀한 희생이며 동시에 나와 내 가족에게서 죽음이 비껴가게 만드는 생명의 우산이다. 장기기증, 인체조직기증을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시의원(복지환경위원장)·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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