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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산 사람 기질 빼닮은 오륙도의 바다)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부산 사람 기질 빼닮은 오륙도의 바다
작 성 자 관리자 등록일 2016/04/15/ 조   회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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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 자만심 일깨워 준 거친 물살의 교훈
역동성·포용력 동시에 가진 부산사람 닮아

 필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연안을 비롯해 20여 개국 바다에서 1900회 이상 스쿠버 다이빙을 경험했다. 바다 속 세상과 바다동물들의 삶을 기록해 왔다는 점에서 뿌듯한 보람을 느끼지만 늘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빙산이 둥둥 떠다니는 남극바다에서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이겨내야 했고, 상어나 바다독사 같은 위험한 바다동물들을 만나기도 했었다. 이런 저런 사연들은 지금까지 국제신문 지면과 10권의 책을 통해 전해졌다. 필자의 바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비슷한 질문을 한다. 지금까지 둘러본 바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냐고. 그러면 필자는 주저없이 `오륙도 바다'라고 답한다. 오륙도는 필자에게 큰 교훈을 안겨 주었을 뿐 아니라 강하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하는 부산 사람의 기질과 닮았기 때문이다.
 2002년 초. 10년 동안 부산 바다를 기록한다는 장기 목표를 정했었다. 기장군에서 가덕도에 이르는 300km의 해안선과 부산 바다가 안고 있는 42개의 무인도를 모두 답사 한다는 계획이었다(이에 대한 결과물은 2012년 국제신문 연간기획 시리즈 `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와 그해 겨울 `부산바다 사진전'을 통해 소개했었다). 나름 정한 순서에 따라 오륙도의 여섯 섬인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을 탐사해나갔다. 그러던 2005년 가을 관용선을 얻어 탈 기회가 생겼다. 늘 경비에 압박을 받는 처지였기에 공짜로 배를 탈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배가 등대섬과 굴섬 사이에 도착하자 선장은 항로 표지 작업을 하러 가야 하니 40분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서는 다이버가 물속에 있는 동안 배는 주변에서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선장의 말을 거절하지 못한 것은 배를 얻어 타고 왔다는 `을'의 입장에다 늘 가까이서 보는 오륙도 바다에서 무슨 일이 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다. `을의 염치'와 `갑의 무지'가 만나니 필연 불상사가 따랐다. 배에서 뛰어내려 물속으로 들어가니 섬과 섬 사이에 만들어진 좁은 수로로 물살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이빙을 포기하고 수면으로 올라오니 배는 영도 쪽을 향한 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물살대로 흘러가면 먼 바다로 떠밀려 표류하게 될 판이었다. 그 자리에서 배가 돌아오기까지 버텨야 했다. 필사적으로 핀을 휘저어며 물살에 맞섰는데 난생 처음 탈진이란 걸 경험했었다. 그날의 경험은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오륙도는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점에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륙도 선착장에는 표지석이 놓여 있다. 바다가 잔잔한 날은 동해와 남해가 만나 예쁜 사연들을 만들며 화합하지만 심사가 뒤틀린 날은 두 바다의 거친 물살이 섬의 좌우를 채찍질해댄다. 그러나 오륙도는 아무리 거친 파도가 몰아쳐도 오랜 세월 그랬던 것처럼 바다를 포용한 채 서 있다. 강하면서도 포용력이 강한 부산 사람의 기질이 바로 오륙도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포용이라는 면에서 바다 속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동해바다에서 내려오는 리만한류와 남해바다에서 올라오는 구로시오(kuro) 난류가 이곳에서 만나다 보니 종의 다양성이 풍부하다. 구로시오 난류의 세력이 강해지는 해에는 빨간부채꼴 산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아열대종 무쓰뿌리돌산호도 발견된다. 이들 외래종들은 토착종들과 어우러져 삶의 공동체를 이룬다. 해조류와 산호류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오륙도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이다. 바다 속에서 섬을 한 바퀴 둘러보면 홍합, 말미잘, 해면등의 부착성 생물부터 전복, 성게, 소라 등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운이 좋은 날은 혹돔 같은 대형 어류도 출몰한다. 오륙도 등대섬 외해 쪽 수중동굴에 살고 있다는 혹돔은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전설로 전해진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 24호, 부산 기념물 제 22호, 해양생태계보호구역 3호로 지정되어 있는 오륙도는 지정학적, 해양생태학적으로 보호되어야할 대상이다. 여기에 더해 강인하면서도 포용력이 뛰어난 오륙도의 가치를 재발견 할 수 있지 않을까. 

박 수 현
국제신문 사진부장·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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