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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6/03/ 조   회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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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건축물에 담긴 이야기들


 마스크를 벗고도 야외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주말에 아이와 함께 나들이갈 곳을 물색했다. 그때 노트북 화면에서는 눈에 띈 링크! `뚜벅뚜벅, 부산건축투어'. 센텀시티 일대 건축물, 남구의 유엔문화건축, 그리고 원도심 건축! 3가지 코스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무엇 하나라도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했다.
 평소 내가 사는 곳의 역사 문화부터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터라, 첫 번째 선택은 자연스럽게 `남구 유엔문화 건축투어'였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문화해설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부산문화회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유엔평화기념관, 유엔기념공원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먼저 마주한 부산문화회관 대강당 건물.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스 신전을 떠올리게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전통미가 오롯이 담겨 있다. 지붕은 전통 기와집 지붕과 처마를 닮았고, 기둥은 높이마다 굵기가 다른데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볼 수 있는 배흘림기둥이다. 현대 건축물에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더하면 포스트모더니즘 건물이 된다고 문화해설사가 설명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어두운 역사를 아로새긴 공간답게 건물 자체로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건물 덩어리를 크게 지어 위압감을 주는 한편, 어두운 외벽을 울퉁불퉁하게 마감해 역사의 상처를 표현했다고 한다.
 비둘기 날개를 형상화한 유엔평화기념관의 전망대를 구경하고, 유엔기념공원까지 왔다. 여기서 중요한 건축물은 공원 출입문. 지붕 한가운데는 유리천장으로 되어 있고, 제기 모양의 곡선으로 된 기둥은 우아했다. 이 문 역시 현대 건축방식에 한옥 방식을 접목했다.
 출입문 바로 앞에는 전면이 세모 모양인 추모관이 있다.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추상성, 영원성을 강조하는 삼각형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유리창 대신 쓰인 스테인글라스에는 전쟁, 평화, 사랑의 의미를 담았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고 했던가? 다시 본 부산 남구의 건축물은 사랑스러웠다. 건축물 하나하나가 나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려준다고나 할까? 명색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인데, 건축물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무심함을 반성했다.
 걷기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아이가 한 마디 했다.
 "엄마, 건물을 그냥 짓는 게 아닌가 봐. 다 이야기가 들어있어."
 건축물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푹 빠져 들면서, 새삼 이야기의 힘을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이야기 아닌 것이 없다. 사피엔스는 이야기를 좋아한 덕분으로 인류사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앞으로는 내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들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겠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동화작가·라디오 구성작가

유엔기념공원 내 추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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