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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7/12/ 조   회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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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는 후배들과 애들을 데리고 물놀이를 갔다. 코로나시국이라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어색함도 잠시, 아이들은 마치 어제 함께 놀았던 반 친구처럼 순식간에 어울렸다. 차 안에서는 `끝말잇기' `영어 안 쓰고 대화하기' `삼육구 게임'을 하면서 놀더니, 식당에서는 `가위 바위 보'를 해 먼저 먹기 게임을 하고, 펜션에서는 방 배정을 위한 게임을 했다.
 워터파크 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물 튀기기, 물총 놀이, 한 명에게 물 몰아주기 등등 하루 종일 지치게 놀고도, 6시 문을 닫는 워터파크 앞에서 아이들은 말한다. "조금만 더 놀고 싶은데…"
 아이들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놀 때라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놀 때 진심을 다하고 열정을 내뿜는다. 아이들은 제대로 놀아야 제대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놀이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고 자신을 표현한다. 놀이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겁게 몰입한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했다. 사람은 놀이할 때 더욱 창조적이고 생산적이 되며, 이것이 문화를 만들어온 원동력이라고 했다. 놀이를 빼고는 사회, 문화, 경제발전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는 놀이를 통해 진화해 왔고, 놀이야말로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어른들은 놀이를 일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놀이는 재미 또는 즐거움이 전제이자 목적이다. 반면에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노는 게 그 모든 것이다. 재미와 즐거움이고, 그걸 추구할 때 두뇌가 자극되고 사회성이 길러지며 몸과 마음의 성장이 일어난다.
 우리 집이나 남의 집이나 할 것 없이 요즘 부모와 아이의 가장 큰 갈등은 `스마트폰'이다. 틈만 나면 폰에 빠져 게임을 하려는 아이와 10분이라도 게임할 시간을 줄이려는 부모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매일 같이 벌어진다.
 혹자는 `놀이를 상실하고 재미를 소비하는 시대'라고 지금의 시대를 규정한다. 빽빽하게 채워진 학원 시간표 사이에 조각난 시간. 아이들은 그 시간을 재미로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든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아이에게 놀이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겨우 스마트폰 게임을 할 수 있는 조각난 시간이 아니라 덩어리의 시간이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온전히 맡겨진 덩어리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아이들은 놀이를 개발한다. 창의력이 폭발한다. 친구와 협력하며 머리를 짜낸다. 자연히 사회성과 인성이 길러진다. 몸과 마음이 성장한다.
 1박 2일 물놀이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 못내 아쉬웠던 후배의 초등생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모, 누나랑 우리 집에 놀러 가요. 엄마, 제발 오늘만 더 놀게 해 주세요!"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동화작가 이모는 그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 남의 집을 방문했다. 보드게임을 가운데 두고 둥글게 둘러앉은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오랜만에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박미라(동화작가·라디오 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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