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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칼럼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4/30/ 조   회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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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배달앱의 노예가 되어 버린 배달음식점  
김옥숙
자영업자·소설가


 2년여 만에 거리두기가 완전히 풀리면서 우리 부부가 운영하는 배달 식당은 배달주문이 30% 정도 뚝 떨어졌다. 봄이 되자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주말이 오히려 더 조용해졌다.
 27년차 식당사장인 남편이 배달전문점을 시작한 지 6개월째다. 경성대 인근에서 제법 큰 갈비집을 하다 홀장사를 접고 배달전문점을 하게 된 것은 거리두기와 영업제한 때문이었다. 직원들을 한 명도 내보내지 않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1년 반 넘게 견뎠지만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기존 배달 단골손님들을 놓칠 수 없어서 월세가 좀 싼 곳에 임대를 얻어 주방 공사를 하고 배달전문점을 시작했다. 월세와 인건비와 고정비를 줄이면 홀장사 때보다는 적자를 면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배달 장사는 무엇을 상상하던 상상 이상이었다. 음식점들이 다들 배달시장으로 몰리다 보니 극한 경쟁이 벌어지고 마진도 없고 별점테러와 리뷰 갑질 때문에 홀장사를 할 때보다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 코로나19 초창기면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기의 배달 장사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배달 음식점이 너무 많아져 피 터지는 경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코로나 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도 나도 배달 장사에 뛰어들었다. 수요는 정해져 있는데 공급이 늘면 수익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배달음식점이 많지 않았던 초기에는 배달 장사로 대박을 친 식당들도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배달을 안 하던 식당들까지 배달에 뛰어들었으니 수익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사장님들이 아르바이트 직원보다 못 번다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둘째, 배달비가 너무 올라 마진이 줄었다. 배달을 시작하던 초기에도 7000원 김치찌개 하나를 팔면 배달비로 인해서 남는 게 없었다. 식당에서 고객이 내는 배달팁을 일부 부담하면 오히려 적자였다. 지금은 쿠팡이츠와 배민원의 단건 배달경쟁으로 배달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단건 배달료는 6000원이 기본이고 먼 곳은 1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음식값보다 배달료가 더 나오니 손님들은 배달료 무서워서 배달앱에서 탈퇴하고 예전보다 배달을 덜 시키고 있다. 비싼 배달료 때문에 손님들이 배달을 꺼리니, 배달이 줄까 봐 식당 사장들은 고객들이 내야 할 배달비까지 부담하면서 배달팁 인하 경쟁을 벌인다.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팁을 낮추고 식당이 배달비용을 부담하면 마진은 당연히 줄 수밖에 없다.
 셋째 배달앱의 배달 수수료와 자체 배달료가 너무 올랐다. 요즘 우크라이나 사태로 식자재비는 치솟는데 배달앱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얼마전 배민원 수수료 개편 때문에 배달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배민은 오히려 원래 12% 받을 예정이었는데 6.8%로 내렸다고 해명했다. 수수료를 더 받을 수도 있는데 싸게 받으니 고마운 줄 알라는 건데 소가 웃을 일이다. 주문금액 2만원에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비를 2500원으로 설정했을 때 점주는 중개수수료 1360원, 배달료 3500원(6000원 중 소비자 부담 2500원) 등 4860원을 내야 한다. 부가세와 결제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실제 점주가 정산받는 금액은 2만 원 중 1만4000원 안팎이다. 배달앱 광고비, 식재료비, 임대료, 인건비, 고정비와 세금을 제하면 오히려 적자다.
 배달의민족은 설립 당시 최초 자본금이 3000만 원이었는데 10년 만에 매출 2조원 회사로 성장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이 되겠다는 배민은 배달 식당 사장들의 피땀 눈물 위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배민을 만든 우아한 형제들은 우아하게 돈을 벌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달 지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최근 배민은 주문 없이 클릭만 해도 수수료를 떼어 가는 `우리 가게 클릭'이란 광고상품까지 내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가 너무 지나치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말도 있고 `죽 쒀서 개 준다'는 속담도 있다. 배달 식당은 죽어라 장사해서 온라인 건물주 배달앱 돈 벌어주는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잠을 잘 때도 고객들의 악플에 시달리는 꿈을 꾸면서 배달의 노예로 살아가고 가고 있다.
 오늘도 배달 식당 사장들은 `배달의 민족 주문!' 하는 주문벨이 들리기만 목 빼고 기다린다. 배달앱이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쥐어짜는 플랫폼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누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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