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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4/30/ 조   회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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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수상 작품에서 얻은 지혜


 1990년, 네덜란드 바닷가에 기이한 모양의 물체가 등장해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다리는 16개나 되고, 등에는 부채 같은 깃털이 달려 있었다. 노란색 플라스틱 관을 뼈대 삼아 접착테이프로 연결했는데, 엔진도 모터도 없지만 바람이 불면 저절로 움직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해변의 괴물'이라 불렀다.
 이 기계생물체를 만든 사람은 융합형 예술가 테오 얀센이다. 조형 예술 이른바 키네틱 아트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는 원래 물리학자였다고 한다. 과학에 예술, 그리고 친환경 요소까지 절묘하게 융합한 그의 작품은 각계의 호평을 받았고,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융합은 창조에 있어 필수요소다. 서로 다른 요소가 섞이고 합쳐져 새로운 세상이 탄생한다. 그것이 예술이다.
 얼마 전, 한국아동문학계에 아주 큰 성과가 있었다. 이수지 그림책 작가가 세계 아동문학계가 주목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작가가 안데르센상을 받은 건 최초이고, 아시아 작가가 이 부문의 상을 받은 건 1984년 이후 38년만이다. 우리나라는 안데르센상을 배출한 28번째 국가가 된다. 이수지 작가의 개인적인 영광은 물론, 대한민국의 자랑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축전도 띄웠다.
 이수지 작가가 수상한 작품은 `여름이 온다'다. 글자가 거의 없는 그림 작품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성큼 다가온다. 초록빛 너른 들판에서 형형색색 물풍선을 던지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한바탕 시원한 물놀이를 즐긴 기분이 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표정 또한 싱그럽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림책인데 음악을 들으면서 감상한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1악장부터 3악장'까지.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며, 손으로 어루만져본다. 글 대신 생동감 넘치는 그림과 음악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야말로 융합의 표본이다.
 "음악이 그림이 되는 순간에 관심이 많아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책이라는 물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면서 음악, 그림까지 아우르는 세계를 만든 것이다. 책 너머의 책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혁신이다.
 BTS로 대변되는 K-POP의 원조는 단연 `서태지'일 것이다. 당시 혁신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혁신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서태지의 음악세계 역시 댄스뮤직, 헤비메탈, 힙합, R&B 등 이질적인 장르를 융합한 힘이다. 그의 유산을 물려받아 꽃피운 BTS 역시 전통적인 한과 신명이 힙합 등 외래 음악장르와 융합됐다고 분석하는 이들이 많다.
 생각해 보면 뛰어난 것 중 융합이 아닌 게 없다.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기생충' 등 K-컨텐츠 역시 가장 한국적인 요소들에 인류 보편적인 요소들을 융합한 결과가 아닐까?
 삶이라는 작품에서도 융합이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없어서 고민일 때, 이것저것을 섞고 합치다보면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여러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융합하고 조합하다보면 실마리가 나타난다. 그러니 잘 한번 섞어보자! 생각지 못한 세계가 열릴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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