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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3/08/ 조   회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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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가 돌보고 있던 영구장애 황조롱이 부부 사이에 새끼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그 기사 밑에는 축복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 뉴스는 간간히 있었지만, 양계장 같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부화에 성공한 건 2008년 센터가 개소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분명 축복이지만, 인간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황조롱이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냥 기쁠 수만은 없었다.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323호로 지정된 매과에 속하는 새로 전국의 산림, 도시의 숲, 빌딩, 아파트에서 번식한다. 맹금류 중에서 비교적 흔한 텃새로 들쥐나 두더지, 작은 새, 곤충 등을 잡아먹는다. 꼬리깃을 활짝 펴고 공중에 정지한 채로 사냥감을 노릴 때면 온 하늘의 주인처럼 당당하지만, 이들이 아파트 베란다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맹금류로 믿기 힘들 정도로 초라해 보이기도 하다.
 황조롱이는 왜 야생의 터전을 버리고 인간의 곁으로 이주한 것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도심 빌딩을 높은 바위 벼랑처럼 생각해 좋아한다는 설이 있다. 시야가 탁 트여 먹이 있는 곳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거다. 또 하나, 귀소 본능과 영역 본능이 탁월한 황조롱이가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아오던 삶터를 인간에게 뺏겼다는 설도 있다. 황조롱이는 계속 이곳에서 살아 왔는데, 인간이 무분별하게 도시로 개발했다는 거다.
 한 조류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다른 도시에 비해 부산에 황조롱이가 많이 서식한단다. 부산의 지형적 특성상 산과 절벽이 많아 그것을 깎아 아파트와 빌딩을 지었다. 어쩌면 황조롱이는 부산이 도시가 되기 전부터 이 땅을 지키며 살아왔을 지도 모른다.
 황조롱이처럼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생태학적 용어로 시난트로프(Synan thrope)라고 한단다. `∼와 함께' 라는 뜻의 신(syn)과 인류라는 뜻의 안트로포스(anthropos)가 합성된 말이다. 시궁쥐, 참새, 고양이 등도 모두 시난트로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인간만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는 거다.
 동물이라고 하면 반려동물을 떠올리기가 쉽지만,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보면 도시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은 많다. 이들은 자기 집을 찾거나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항상 사람을 피해 숨고, 사람에게 쫓기고, 사람을 피한다. 도시 속 야생동물은 끊임없이 묻고 있을 지도 모른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해?'
 부산의 동화작가 5명이 이런 주제의식을 갖고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마지막으로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안미란 작가의 말을 옮겨본다.
 `인간만 사는 도시를 상상해 봤나요? 그런 도시는 너무 쓸쓸하고 외로울 거예요. 동물이 살기 좋은 곳이 사람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 그 말이 딱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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