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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22년의 결심, 다정씨가 되자!)정보를 제공하는 표 - 글번호, 발행년도, 월, 호수, 제목로 구성된 표입니다.
2022년의 결심, 다정씨가 되자!
작 성 자 소통감사담당관 등록일 2022/01/03/ 조   회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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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동화 이야기

 며칠 전, 마지못해 택시를 타게 된 일이 있었다. 초량에서 서면까지 BRT 개통을 앞두고 있어 시내버스가 원래 정류장에 서지 않았다. 한참동안 임시 버스정류장을 찾아 헤매다 지쳐 끝내 택시를 탄 것이다.
 나는 이런 사정을 얘기하면서 택시 기사님이 기분 나쁠까봐 한 마디 덧붙였다. "덕분에 택시 타고 편하게 갈 수 있어 좋네요. 안 그래도 피곤했거든요"라고 말이다. 기사님은 내 말을 받아 택시 요금이 올랐다는 안내를 했다. 그러고는 "어쩌면 말을 그렇게 듣기 좋게 하냐? 참 친절한 사람인 것 같다"고 칭찬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사님은 아마도 요금 인상을 얘기하기가 꺼려졌는데, 내가 먼저 자리를 펴 줘서 반가웠던 것 같다. 크게 잘 한 것도 없는데 칭찬을 들으니 쑥스러운 마음이 앞섰지만,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나의 작은 `다정'이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새삼 `다정'의 놀라운 힘을 느꼈다.
 요즘 출판계의 키워드 중 하나가 `다정'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가 경쟁이 아닌 협력과 연대라는 통찰을 담은 책이다. 또한 `아무런 대가 없이 건네는 다정' `다정소감' 같은 에세이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햇수로 3년째, 코로나 시국으로 지치고 힘들어 기댈 사람들이 다정하게 건네는 위로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정한 책으로 말하자면 동화책만한 게 없다. 동화는 외롭고 슬프고 힘든 어린이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는 문학이기에 기본적으로 다정한 태도를 가졌다. 어른 작가가 어린이 눈높이로 말하기 때문에 문체 또한 다정하다.
 대체로 거의 모든 동화들이 다정하지만, 그 가운데 `다정'이 세 번이나 들어가는 그림책이 있다.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라는 제목의 그림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그림책의 구성은 그다지 다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래서 저래서 이렇다…는 식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파스텔 톤의 심플한 드로잉과 때로 시 같고, 때로 메모 같은 에세이가 짤막하게 쓰여 있다. 찬찬히 보고, 또 보고, 곱씹어 보면, 작가가 얼마나 다정한 사람이고, 사람들을 얼마나 다정하게 대했는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제목의 `다정씨'는 현대미술을 하는 윤석남 작가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한때 모든 것이 두려웠던 작가, 전쟁 같은 삶을 살아온 남편, 스물일곱에 결혼은 천천히 하겠다고 선언한 딸, 홀몸으로 자식을 키우면서 명랑함을 잃지 않았던 작가의 어머니, 그 외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다정함이 책 곳곳에 묻어있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덮는 게 아니라 마음이 쓸쓸하거나 허전할 때마다 꺼내 봐야 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2022년은 `다정씨가 되자'고. 특히 가족들에게 다정해지자고. 마음만 다정하지 말고, 다정한 마음을 표현하는 다정씨가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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