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휘의스케치로 읽는 풍경
말달구지, 포니택시 … 세월을 건너온 우리의 `청마'
1980년 대연사거리 풍경을 스케치로 옮겼다. 마부의 손에 이끌려 횡단보도를 건너는 말달구지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지난 2007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도로변에 `우마차통행금지'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우측편 70∼80년대를 풍미했던 포니 택시도 눈길을 끈다. 작고 귀여운 조랑말을 뜻하는 포니(pony)는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 아담한 사이즈와 달리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을 세계적 반열로 견인한 자랑스러운 청마였다. 일본을 가르켜 흔히 `토건국가`라고 한다. 끊임없이 건물을 짓고 허물고 다시 짓는 우리도 그 못지 않다. 횡단보도 건너편의 건물 가운데 현재 남아있는 게 거의 없다. 횡단보도 바로 앞으로 도시철도 대연역이 들어서면서 `상일가구'와 `진화이비인후과' 간판이 걸린 5층 자리 건물 두 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옥외간판인 `미그린' 광고는 화장품 업계의 선두였던 쥬리아가 내놓은 여성용 화장품이다. 미그린 광고 아래 입간판 보다 큰 글씨로 적힌 `총력안보' 포스터도 지금의 눈으로 보면 생뚱맞다. 하 수상하던 시절, `반공' `멸공`과 더불어 대한민국 담벼락을 수놓았던 안보광고 문구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4년 전 추억이다.
*출처:부산남구신문 제216호(2014.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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